디플업계 고용 역성장 지속…5년새 2만5000명 감소
삼성디플·LG디플 LCD사업 철수 후방기업 연쇄 파장
“중국업체 회의도 한국어” 인력 빼가기 노골화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R&D 지원 필요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정부가 최근 리쇼어링(제조업 공장 및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이전에 이어 핵심 인력들의 ‘탈(脫) 코리아’도 갈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우, 중국의 ‘제조업 굴기’로 액정표시장치(LCD) 패권을 중국에 뺏긴 이래 노동시장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종사자 수는 2013년 9만6474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5년 8만221명, 2016년 7만8208명, 2017년 7만6454명, 2018년 7만1951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는 5년새 2만5000명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연평균 5000명에 이른다. 작년에는 6만명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디스플레이 노동시장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라며 “패널업체 인력감축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작년과 재작년 이뤄져 다소 둔화되겠지만 그에 따른 장비·부품 업체로의 연쇄 작용으로 전체적인 인력 감소폭은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용감소는 중국의 LCD 저가물량 공세로 국내 업체들이 대대적인 LCD 감산에 돌입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LCD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연말까지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을 정리하고 LCD 생산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LCD사업 구조혁신을 단행하며 2018년과 2019년 생산직과 사무직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임직원 수는 올 1분기 기준 2만6404명으로, 2017년(3만2346명)보다 5900여명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현재 약 2만3000명 규모로,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하며 최고수준이었던 2만6667명에서 3000명 이상 감소했다.
줄어든 국내 디스플레이 인력 절반 가량은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LCD 산업의 주요 인력 절반은 한국인”이라며 “한국어로 회의가 이뤄질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 인력 빼가기는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채용 사이트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65인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10년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국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의 인력 부족률은 0.6%로 양호하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는 부족률이 5.5%로 5대 신산업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5대 신산업 인력 부족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이어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5.4%), 차세대반도체(3.8%), 첨단 신소재(3.1%), 사물인터넷(IoT) 가전(2.8%) 순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인력정책을 통한 생태계의 강건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요중심의 맞춤 인재 양성 ▷핵심인력 해외 유출 방지 ▷혁신공정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실무 중심 교육 체계 확립 ▷기업참여 인센티브 제도 개발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력유출과 관련해서는 “2012년도부터 2017년까지 국가 핵심기술 중 21건의 핵심기술이 유출됐으며 이 중 디스플레이 기술이 6건 해당한다”며 “OLED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으로의 핵심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상욱 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 업계 인재 유출은 중국 제조사들의 조건이 좋고 현지 채용도 많아 막을 수가 없다”며 “정부가 R&D지원 늘려 유출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학회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우리 정부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는 5년 이상 순감소했다”며 “지원이 끊기고 한계가 오면 산업 기반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