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3일 GP 총격 후 “의도성 없을 것” 진화

“탄흔 분석 결과 유효사거리 밖서 쏴” 설명

합참 국회 보고자료엔 고사총 사거리 '3㎞'

설명 당시 유효사거리 '1.5㎞ 내외' 뒤집어

북한군 교대시간, 현장지휘관 조치 등 논란

'GP 총격' 軍 축소 브리핑 3가지 의혹[김수한의 리썰웨펀]
군 장병들이 지뢰 제거 작전을 벌이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지난 3일 발생한 북한군의 우리 군 GP(감시초소) 총격과 관련해 군 당국이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사안을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군이 브리핑 과정에서 밝힌 북한군의 고사총 사거리, 현장 지휘관 조치, 북한군의 근무 교대시간 등의 팩트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군은 GP 총격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도발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군은 이러한 판단 근거로 당시 기상 상황 및 북한군 동향, GP 총격 탄흔 분석결과, 도발에 용이하지 않은 북한군 GP 입지 등을 들었다.

군 설명을 종합하면, 상황 전후로 해당 GP 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고 북한군 근무 교대시간이어서 오발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총격 전후로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었고, 탄흔은 해당 총격이 유효 사거리 밖에서 가해진 것으로 분석된 점, 북한군 GP의 위치가 우리 군 GP보다 낮아 도발에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이런 군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사고 당일인 지난 3일 군 당국은 총알에 맞은 GP의 탄흔을 초기 분석한 결과, 유효 사거리 내에서 화기가 발사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해당 GP는 도발에는 부적절한 GP"라며 "GP가 보유하고 있는 화기로 도발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유효 사거리 내에서 도발하는 것이 도발의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도발 무기의 유효 사거리가 1.5㎞ 이하이기 때문에 의도적 도발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서는 북한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를 3㎞라고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군과 우리 군 GP 간 거리가 1.5~1.9㎞인 것을 감안하면, 유효 사거리 내에서 우리 군을 겨냥해 총격을 가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총격당한 GP의 탄흔 검사 결과, 유효 사거리 밖에서 발사된 것으로 분석된 점을 감안하면, 북측이 GP가 아닌 3~4㎞ 떨어진 지역에서 겨냥 사격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합참 측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년 전 국회 보고자료에서 북한군 고사총 유효 사거리를 3㎞ 내외로 보고한 사실은 맞다"면서 "그러나 현재 군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1.4㎞ 내외이기 때문에 수년 전 당시 국회 보고 자료에서 3㎞라고 보고한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이 북한군 무기체계 중 기본 공용화기에 속하는 고사총 제원 분석마저 하지 못하는 수준이냐는 개탄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합참은 또한 사건 직후 "우리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경고 방송 및 사격 2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군이 상황에 적절하게 신속 대응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군이 언급한 현장 지휘관은 현장 상황을 지휘한 GP 소초장일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격인 GP 소초장이 지휘계통에 따라 북한군 총격 상황을 상급 부대에 보고했고, 대응 사격명령은 사단장이 내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적절하게 조치가 이뤄졌다는 군 당국의 설명과는 다른 상황이다.

GP 소초장이 아닌 상급부대 사단장이 대응 사격 명령을 내린 것은 '선(先)조치 후(後)보고'라는 군 지침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도발에 대한 대응 지침으로 현장 지휘관(지휘 책임자)이 먼저 조치하고 사후에 상부에 보고토록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현장 지휘관이란 표현은 지휘관 직책을 가지고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대위부터 사단장(소장)급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격 당시가 북한군 근무 교대시간이었다는 군의 설명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중앙일보는 7일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총격은 오전 7시41분에 일어났고, 북한군 GP의 교대시간은 오전 7시"라고 전했다.

'GP 총격이 북한군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일 수 있다'는 군의 설명 근거가 대부분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