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덜 채운 터전 인간이 채웠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물주는 낮은 곳엔 물을 채우고, 높은 곳엔 산과 들을 만들면서, 어떤 곳은 바다나 육지로 가로 막아 인간들이 코 앞에 있는 목적지를 두고도 멀리멀리 돌아가도록 시험대를 놓았다.

인간은 바다가 앞길을 막으면 다리를 놓았고, 육지가 뱃길을 막으면 운하를 뚫었다. 신(神)은 자신을 닮은 인간들이 그렇게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자신들이 일부러 덜 채워놓은 조각들을 마저 채워 선용할 수 있게 해 둔 것 같다.

다리 놓기 보다 운하 뚫기가 더 힘들다. 운하에 가면, 새로운 지형을 창조해내려는 인간의 의지를 느낄수 있다.

운하의 역사는 기원전 4000여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육지를 물로 만들고, 물을 육지로 만들어야만 수로를 중요 SOC 삼아 살아갈수 있었기에 인고의 세월과 지난한 과정을 통해 운하를 만들었는데, 요즘 운하는 아름다움과 낭만의 아이콘을 덧붙였다. 헤럴드경제는 부킹닷컴의 조언을 얻어 낭만 가득한 전 세계 운하 도시 5곳을 소개한다.

브뤼헤·호이안·코린트..세계 운하여행지 5선 [함영훈의 멋·맛·쉼]
그리스 코린트

▶그리스 코린트= 코린트 운하는 아드리아해의 코린트만과 에게해의 사로니크만을 연결하는 인공 수로로,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반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코린트 운하는 19세기 후반에 완공되었지만, 기원전 7세기에 통치자 페리안드로스(Periander)가 이 운하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으며 이후 고대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건설을 계획했다고 알려졌다.

피레우스 항구에서 출발하는 관광 유람선을 타서 즐기는 낭만 가득한 풍경이나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번지 점프를 하며 감상하는 가파른 석회암 벽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가까이에 위치한 스튜디오 포세이도니아는 운하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평화롭게 주변 경치를 즐기기에 탁월하다. 코린트 운하뿐만 아니라 근처 유명 도시를 방문하기에 완벽한 지리적 요건마저 갖추고 있어 그리스 신화 속 페가수스가 가장 좋아했다고 알려진 피레네의 섬 또한 쉽게 관광할 수 있다.

브뤼헤·호이안·코린트..세계 운하여행지 5선 [함영훈의 멋·맛·쉼]
베트남 호이안

▶베트남 호이안= 편안한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 베트남 중부의 호이안에서는 멀리서 온 벗들의 만남을 편하게 이어주는 운하의 품은 뜻과 정취를 한껏 느낄수 있다. 운하에서 노닐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흡입하기는 필수 코스이다.

북적이는 활기찬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수로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거리 곳곳에 매달린 등불들은 이 도시의 상징으로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다. 특정 거리는 교통통제 시간이 지정되어 있어 도보 혹은 자전거를 이용해 여유롭게 곳곳을 탐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크루즈에 오르면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로맨틱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데, 밤에 보트에서 감상하는 호이안의 등불 풍경은 여행에 운치를 더할 것이다.

이 지역에 위치한 더 코너 리버사이드 빌라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지역으로 여유롭게 여행을 만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숙소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어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최적이다. 숙소 내에는 발코니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강변을 내려다보며 경치를 감상하며 여독을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브뤼헤·호이안·코린트..세계 운하여행지 5선 [함영훈의 멋·맛·쉼]
벨기에 브뤼헤

▶벨기에 브뤼헤= 아름다운 수로에 둘러싸여 운치 있는 하루를 보내려는 여행자들에게 ‘북유럽의 베니스’로 잘 알려져 있는 벨기에의 브뤼헤는 소박하기에 더 정감이 가는 여행의 추억을 선사한다.

레이어 강을 품은 이 도시는 여러 개의 운하와 다리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겐 '도시의 동맥'으로 통하는 운하를 가로지르며 보트 위에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보트 여행은 필수 코스이다.

이외에도 브뤼헤 종탑과 광장, 성벽과 성모 마리아 교회 등의 명소들이 즐비해있어 마치 중세 시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벨기에가 ‘초콜릿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뒤몬 쇼콜라티에(Dumon Chocolatier)나 더 초콜릿 라인(The Chocolate Line)과 같은 수많은 정통 수제 초콜릿 가게들도 위치해 있어 초콜릿 홀릭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중세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B&B 라 스위트 브뤼헤는 시내 및 운하를 탐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자랑한다. 특히, 이곳은 시크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뿐 아니라 미쉐린 원스타를 획득한 ‘상 크라바트(Sans Cravate)’에서 매일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브뤼헤·호이안·코린트..세계 운하여행지 5선 [함영훈의 멋·맛·쉼]
네덜란드 운하[암스테르담]

▶네덜란드 레이던= 중세 종교개혁이 지지부진하자 일군의 개혁자들은 아무도 탐내지 않던 버려진 땅 유럽 북동쪽땅 네덜란드로 이주한다. 변화와 개혁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함이었다. 물이 많고 바람이 센 네덜란드의 삶은 너무도 힘겨웠지만 그들은 살아야 하기에 풍차 기술을 고도화시켜가며 바닷바람을 버티고, 수로를 깊게 파 그 흙을 육지로 옮기면서 땅을 넓혀 나갔다. 땅반 물반 ‘ㄹ’자로 구획정리된 암스테르담 등 지도를 보면 그 지난했던 노고를 짐작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남서쪽 30㎞지점에 있는 레이던 운하는 17세기 무렵 건설된 유럽 최대의 도시 방어 시설이다. 레이던은 제일포르트(Zijlpoort)에 앉아 보트가 지나다니는 풍경과 레이던 요새에 올라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느긋한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제격인 곳이다. 오래된 도시의 전경에 더해, 자연에서 오는 평온함을 누리고자 한다면,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원인 호르투스 보타니쿠스 레이던을 방문해 보다 풍성한 여행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완벽한 하버뷰를 자랑하는 카흐 리조트에서 마련된 보트를 타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더욱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숙소에는 주방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직접 요리를 하며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하기에도 좋다.

브뤼헤·호이안·코린트..세계 운하여행지 5선 [함영훈의 멋·맛·쉼]
인도 케랄라 알레피의 마블 크루즈

▶인도 케랄라 알레피= 인도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하고 싶다면 인도 남부 케랄라 주로 떠나는 여행을 추천한다. 운하, 석호, 호수와 강 약 1500㎞ 이어지는 물길은 여행자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할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현지인들이 교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물론 낚시까지 해온 이곳에서, 여행자는 진정한 로컬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광 유람선 또는 하우스 보트 위에서 열대 강둑, 푸른 물 위를 유유자적 떠다녀봐도 좋다. 마법처럼 아름다운 물길을 더욱 가까이서 경험하고 싶다면 카약 또는 카누를 추천한다. 색다른 액티비티를 원하는 여행객은 고치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알레피를 경유하면 된다.

마블 크루즈에 머무는 여행객들은 세련된 유람선 위에서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나만의 항해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하우스 보트인 ‘케투발람(kettuvallams)’에서 거주하는 현지인처럼 생활해보고, 펨바나드 호수를 따라서 알레피의 물길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선상에서 현지의 풍미를 갖춘 케랄라 요리를 맛보고, 갑판에서 빛나는 전망을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