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만 가능…법조항 없어

인터넷을 통한 물품사기 피해가 한 해에 10만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정지시킬 수 있는 근거 법 조항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는 2014년 5만6607건에서 2016년 10만369건, 2018년 11만2000건으로 늘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일명 ‘보이스피싱’ 에 사용되는 은행계좌는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법에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한 물품 판매 사기에서는 은행에 계좌 정지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가의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도 형법상 사기 또는 컴퓨터사용사기로 처벌이 가능할 뿐, 지급정지 조치도 쉽지 않다.

계좌 정지의 근거법인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마련됐다. 물품사기에는 적용규정이 없다는 점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피해자들을 속여 인터넷 쇼핑몰 판매업체가 사용하는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후, 환불을 다른 곳으로 받아 챙기는 사례도 있다. 또는 상품권이나 가상화폐 구매 등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기도 한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용철 교수는 ‘인터넷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항목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전체 유통시장에서 전자상거래가 일반상거래를 추월한 것은 오래전 일로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도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의 다수·소액 피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구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물품 사기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던 것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계좌정지 등을 통한 피해 구제 방안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한 물품 사기는 다중피해범죄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련 팀들과 논의해 반영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