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묵호로 직행…“연장선 표현 틀려”
3.2 개통…한반도 등(back)에 닿았다
울진, 태백, 삼척 발전 희망등 ‘On’
탄광촌 출향민 금의환향…북방 거점
촛대바위 기암괴석,거친파도 발아래
도째비골스카이워크, 베틀바위 새 명소
관동팔경 2곳, 금강송숲 품은 울진, 飛上 기대
죽서루,환선굴, 한국 산토리니 쏠비치의 삼척도
부산~삼척 1시간40분 끊겼던 동해선 내년 복원
강원남부의 거점도시인 동해시에 3월2일부터 코레일 KTX가 개통하게 됨으로써 그간 ‘호랑이 등(back)’ 같았던 강원 삼척시, 태백시, 경북 울진군 등지에 희망의 조명탄이 쏘아졌다.
동해시와 태백시는 과거 삼척시와 한몸이었고, 울진은 1963년 이전까지 강원도였을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이번 서울~동해 KTX의 개통은 그간 손을 위로 뻗어도, 아래로 치올려도 닿기 어려웠던 한반도의 등 같았던 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북방 무역의 중심지이지만 개발이 덜 된 동해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서울~동해 KTX는 평창올림픽 개최지점인 진부에서 묵호로 직행하는 것이어서 강원 남동부, 경북 북동부 지역 주민들은 이를 ‘연장선’으로 부르는 것은 틀렸다고 입을 모은다. 엄연히 특정 경유지를 들르지 않는 직행노선이고, 자칫 ‘여전히 변방’이라는 대국민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동해 KTX를 타면, 청량리에서 2시간이면 동해KTX역에 도착하고, 서울역에선 서울시내 구간을 거쳐 2시30분만에 동해시에 다다른다.
하루 운행횟수는 주중 8회(상행 4회, 하행 4회), 주말 14회(상행 7회, 하행 7회)이다. 주말의 경우 서울~동해 상행,하행 각 4회, 청량리~동해 상,하행 각 3회이다. 서울∼동해 운임은 일반실 3만1300원, 특실 4만3800원이다. 청량리∼동해는 일반실 2만9700원, 특실 4만1600원이다. 서울∼묵호 일반실은 3만700원이다.
그간 청량리~강릉, 부전~강릉 간 다니던 무궁화호 열차는 동해역까지만 운행한다. 동해~강릉 구간에는 하루 20회 셔틀열차를 투입한다. 동해, 묵호역 KTX 승차권은 2월 초부터 한국철도 홈페이지(www.letskorail.com)와 모바일 앱 ‘코레일톡’, 전국 역 창구에서 판매한다.
코레일은 바다전망대와 휴게소를 갖춘 묵호역사를 신축한다. 동해시는 고속철 시대를 맞아 동해항을 무역과 물류 중심의 산업항구로, 묵호항을 관광항구로 특화시킬 계획이다.
부산과 삼척을 잇는 동해선도 내년 말이면 완전 개통된다. 편도 1시간40분 걸린다. 그간 남북 대치상황속에서 끊겼던 동해 해안철도가 70년만에 복원되는 것이다. 삼척 뿐만 아니라 울진, 태백, 동해가 역시 같은 지역권으로서 수혜지역이 된다.
▶동해= 추암촛대바위에서 해안산책로를 따라 3분만 걸으면 나타나는 ‘해상 출렁다리’는 새로운 해양관광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건널 수 없던 절벽과 절벽 사이, 희망의 구름다리가 놓였다.
다리 위에 올라 동남쪽을 보면, 출렁다리 곡선, 촛대바위와 해안기암괴석군 석림,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선, 멀리 보이는 한국의 산토리니 쏠비치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1788년 김홍도의 ‘금강사군첩-능파대’ 그림 못지않은 2020년형 풍경화가 그려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개방하는 이 출렁다리 위의 정취는 일출 전후 선홍색·금빛, 한낮 에메랄드·옥색, 오후 군청색, 해질녘 감청색으로 변하는 동해바다빛의 변화 만큼 이나 시시각각 다르다. 지중해의 카프리나 오륙도 보다, 워낙 강하게 대시하는 동해 파도의 흰색 포말만 24시간 같을 뿐.
논골담길의 종점인 묵호등대와 건너편 언덕, 해안 자락을 고공 연결하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7월에 완성된다. 완공이 임박한 시점이라, 지금 가도 세 갈래 스카이워크의 장쾌한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30m 높이에서 바다와 논골담을 보며 200m를 걷는다.
하늘산책로, 하늘광장, 아트하우스에다 재미있는 체험시설 2개가 만들어진다. 그 아래 해안엔 바닷물 위로 100m 가량 뻗어나가는 오션프런트가 들어서고 서핑·카누·낚시 등 해양레저 클러스터를 만드는 ‘어촌뉴딜’이 진행된다.
등대를 구경하고 먹태(바닷바람으로 말린 쫀득한 명태의 변형) 덕장으로 돌아나오는 길목에 잠시 멈추면, 부산 감천·아미문화마을 닮은 풍경을 만난다. ‘약속의 땅’을 찾은 사람들이 가파른 산을 계단식으로 터 닦아 다닥다닥 집 짓고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며 희망을 일궈가던 곳이다. 거대한 비정형 빌딩 같은 묵호 야경은 감천·아미와 흡사하다.
호암소, 무릉반석, 학소대, 장군바위, 두타산성, 선녀탕, 하늘문, 쌍폭포, 용추폭포, 무릉건강숲 등을 가진 무릉계곡일대에는 오는 4월 베틀바위 비경이 일반에 공개된다.
▶삼척= 날이 풀리고 국민적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맹방유채꽃 축제가 열릴 삼척은 남에서 북으로, 울진 불영계곡과 함께 국내 최고 청정 계곡으로 알려진 덕풍계곡, 조만간 새 단장해 개방할 도계 미인폭포에서 출발한다. 오지의 미녀가 하염없이 총각의 프로포즈 만을 기다리다 어느날 물에 비친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고는 폭포수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얘기가 깃든 곳이다.
호산에서 해안로를 따라 북쪽 15㎞쯤 가면 남근 숭배로 유명한 해신당에 당도하고,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있는 임원 남화산, 고려 공양왕이 조선 건국세력에게 최후를 맞은 궁촌, 용화~궁촌한 해상 케이블카, 빛 아트가 돋보이는 해양레일바이크 등을 만난다.
한재에서 내려다 보는 명사십리 풍경이 아름다운 맹방을 지나 삼척 도심에 접어들면, 관동제1루 죽서루가 있다. 송강 정철이 절경에 취해 임금을 생각하며 자신의 충정이 목멱(남산)에 닿기를 바란다고 노래한 곳이다.
정라진(삼척항)에서 수로부인 석방을 촉구하는 ‘구지가’의 무대 해가사터까지 이어지는 5㎞ 새천년도로의 절경이 일품이다. 오르막 내리막 해안로를 따라가면서 경동지괴 해안절벽의 아름다움과 도로변으로 바닷물이 침노하는 스릴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베트남의 퐁냐케방보다 1억여년이나 빨리 형성된 대금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삼척 최북단 이사부공원과 동해시 최남단 추암을 산책로와 해안도로 모두 연결돼 다시 예전 인구 37만의 삼척군 시절 처럼 한몸 처럼 지낸다.
▶울진= 영험한 금강송의 최대 군락지, 백암·신선·불영사계곡, 왕피천생태탐방로,울진대게 등 건강성 넘치는 생태를 자랑하는 울진은 남한에 있는 관동팔경 7곳 중 유일하게 2곳(망양정,월송정)을 품은 지자체이다.
울진은 국내 최대 규모 해상 스카이워크, 레포츠센터, 백암온천관광특구, 세련되고 친자연적인 생태트레킹 코스 등 웰빙 인프라를 다듬었다. 송강이 환타지에 빠졌던 월송정에서 남대천을 건너면, ‘학고을’ 동쪽 해안에 없는게 없는 ‘여행 백화점’ 후포가 펼쳐진다. 청정지역을 말해주듯 근처엔 1급수에서만 사는 은어를 형상화해 대형 은어다리를 놓았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해안절벽에서 시작한 다리가 바다 위로 무려 135m나 뻗은 곳이다. 높이는 20m. 스카이워크에 서면 지중해빛 보다 더 싱그러운 동해바다와 이집트 스핑크스가 옆으로 누운 듯한 모양새의 바위섬이 내려다 보인다. 스카이워크 맨 끝에 세워진 ‘날으는 인어상’이 여행자에게 미소를 띠운다. 여인의 이름은 선묘낭자. ’푸른 바다의 전설‘ 속 수호여신이다. 투명유리 구간이 57m나 된다.
스카이워크 남서쪽 요트학교에서는 ‘카타마란 & 피코’ 요트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배를 운전해보거나 윈드서핑,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카약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매화면 오산항에도 울진해양레포츠센터가 있다. ‘후포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완료돼 해양레저 중심도시의 인프라를 갖췄다. 손님들이 몸만 오면 된다.
매화면사무소쪽에 가면 이현세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와 마동탁, 엄지를 만난다. 250m 이어지는 만화벽화거리이다. 마동탁의 질투어린 눈빛이 하도 실감 나 만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작가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이곳에 정착해 일가를 이뤘다는 작은 고리를 울진군이 낚아올려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