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측 지분율서 앞서지만
결속력선 조원태측에 못미쳐
카카오 지분 1% 복병 변수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 간 갈등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점입가경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도건설과 KCGI 측을 접촉하며 세(勢) 확장에 나서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델타항공에 이어 사업 파트너 카카오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방어 준비를 마쳤다.
지분율 측면에서 조 전 부사장이 앞서지만 결속력은 조 회장 측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작년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지분 매입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카카오의 지분은 오는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며 한진그룹 지원에 나섰던 델타항공에 이어 조 회장의 두번째 우군이 나선 셈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플래폼, 멤버십, 커머스, 콘텐츠 등 분야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사실을 강조하며 “사업 시너지를 위한 지분 획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지분을 매입한 대상이 대한항공이 아니라 한진그룹 경영권의 핵심 축인 한진칼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카카오의 참전은 최근 반도건설과 KCGI 측을 접촉하며 주총에서 판을 엎으려는 조현아 측을 견제하려는 조 회장의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1%로 주요 주주 명단에도 들지 못하지만 주총에서 이사선임 등의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이 격화될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과 소수주주들의 투표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조 회장으로서는 1%의 지분도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 측 역시 반도건설과 KCGI의 지지를 확실히 얻었다고 보기 어려워 변수는 여전하다.
현재 반도건설 측은 “한진그룹 일가와의 인연으로 투자했을 뿐 어느 측에 설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KCGI 역시 “비수익 사업과 유휴 자산을 매각하라”며 조 전 부사장의 기반인 호텔 사업 정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측이 단단한 스크럼을 짜고 방어진을 구축한 반면, 조 부사장 측은 확실한 동지를 얻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결국 이명희 고문과 조 전무의 선택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