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매출 100조 시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가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SK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매출 100조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매출이 연간 100조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15년 매출 90조원을 돌파한 지 4년 만의 기록 경신이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의 판매 목표를 457만6000대로 수립했다. 국내·외 296만대라는 목표를 설정한 기아차까지 합하면 753만대가 넘는다. 현대차는 이번에 신차와 제네시스 라인업을 강화해 5%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100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과 함께 그 동안 경영의 최대 악재로 꼽혔던 ‘엘리엇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정 수석 부회장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정의선 체제의 확립으로 중장기 투자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말 보유했던 현대차 지분 3.0%, 현대모비스 2.6%, 기아차 2.1%를 모두 팔았다. 엘리엇의 현대차 지분 처분에 대해 시장에서는 추가로 공격할 명분이 사라지자 현실적으로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엘리엇이 투자금의 30% 수준인 5000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본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엘리엇의 현대차 지분 처분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지 1년 10개월이 지난 가운데 임기 3년차를 맞은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단단한 조직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배구조 개편은 선행돼야 할 과제였기 때문이다.
향후 업계가 예상하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우선 2018년 3월 28일 발표했던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나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는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개편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정 수석부회장의 자금줄 역할 맡은 자회사다. 현대글로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면 경영권 위협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동화 시대 소유에서 공유로 자동차 소비 유형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금융사를 포기하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주 동의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정 수석부회장이 그리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디바이스·서비스의 2대 사업구조 변화를 통해 제조사에서 공급자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 계획된 총 투자액 61조원 가운데 미래사업 기반 확보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모빌리티 솔루션 개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CES 2020’에서 구체화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시화로 인한 장시간 이동과 교통 체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UAM(도심항공 모빌리티)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