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에 집 사고 싶어요, OO아파트 입성기, 부동산 OO설명서….’

2019년 마지막 날 들른 인천의 한 대형서점.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부동산 관련 신간 서적들이 가득했다. 서점 한 켠에는 아예 부동산 투자 노하우만 모아놓은 코너가 따로 있었고, 책 읽는 장소에서 독자들이 가장 열독하던 장르도 이러한 종류의 책들이었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트렌드가 변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명명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상당수 젊은 직장인들은 평일 저녁에 부동산 강의를 듣거나 스터디를 하고, 주말에는 영화관 대신 임장(현지 답사) 데이트를 나간다. 대기업 인근 식당가에서 가장 흔한 화젯거리가 “어디 집값이 올랐네”였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 2~3년 동안 서울 집값이 소위 ‘미친듯이’ 오른 것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각각 5.28%, 13.56%에 달했다. 웬만한 주식이나 펀드보다 수익률이 더 높고 안정적이었다. 강남의 한강조망 아파트는 3.3㎡ 당 실거래가가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열풍, 그리고 서울 집값 폭등은 그럼 누가 만들었을까. 시세 차익을 노리고 목 좋은 아파트를 사들인 일부 투기 수요가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의 ‘주거 욕망’을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에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생활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한 번 서울에 터를 잡은 사람은 수도권으로 이사가서 원거리 통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반대로 출퇴근 교통지옥을 겪어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서울 입성’을 꿈꾼다. 하지만 서울에 새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거의 유일한 출구인 재건축·재개발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공급과 수요 법칙이 작동하며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멀쩡한 시장 원리를 왜곡한 정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토교통부 등은 무려 18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대책 이후 얼마 동안은 잠시 집값이 하락했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반등하는 일이 반복됐다.

여기에 규제 여파로 거래는 뚝 끊겼고, 인근 지역은 풍선효과가 생겨나는 등 부작용만 속출했다. 부동산 정책이 다루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18번 대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주거와 관련된 정책은 시장 경제의 룰에 맡겨두어선 안 된다” 고 강조했다. 하지만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의 대다수 1주택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는 아직까지 뒷말이 무성하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 있는 지도자의 자세 중 하나다. ‘단기적으로 정부를 이길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격언도 있다. 2020년 경자년에는 과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냉철한 성찰과 현명한 정책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