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카르타 출장길에 올랐을 때, 꽉 막힌 도로와 분주한 일정의 고단함을 덜어준 것은 현지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먹거리들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갈비찜인 른당과 볶음밥 나시고랭은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 1, 2위에 오를 만큼 현지 음식은 입맛에 맞았다. 후식으로 마신 자바커피는 토종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고 싶을 정도였다.
아세안(ASEAN)이 매력적인 이유는 비단 음식에만 있지 않다. 전 세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아세안 경제의 잠재력을 실감하게 된다. 아세안으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0년 218억 달러에서 2018년 1486억 달러로 6배 이상 늘었다. 지금은 신흥국 중 최고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면서 전 세계 투자액의 11.5%가 아세안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중국보다 아세안에 더 많이 투자한다. 지난해 한국의 아세안 FDI는 6136억 달러였고, 신설 법인 수는 1291개나 됐다. 우리는 좋은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아세안은 선진 제조기술을 받아들여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을 늘릴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아세안 경제를 보면 세계 경제의 엔진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 부진 속에 아세안 회원국 대부분은 5~6%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세계 중산층 소비의 59%가 이 지역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안은 미래 신산업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이제 동남아인들은 승차공유업체 그랩과 고젝이 운영하는 승용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라자다, 쇼피, 토코피디아 같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쇼핑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고부가가치 산업기지를 아세안에 마련하고 있으니 ‘아세안=저임금 생산기지’는 옛말이 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아세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라가 새로운 성장 동력의 열쇠를 쥔다는 뜻인데 이런 점에서 우리가 신남방 국가들과 잇달아 협력의 성과를 거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난 10월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실질적 타결에 이어 이달 초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이 타결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아세안 역내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아세안 지역 최초로 우리 기업이 입주할 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건설에 착수했다. 오늘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스마트시티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게 된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인종, 종교, 언어, 정치, 경제발전 단계가 모두 제각각이다. 이들은 이러한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조화를 추구하면서 6억5000만명 인구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3조 달러의 거대 경제권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도 경제, 문화, 사람 등 다방면에서 아세안과 교류와 협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
올해는 한국과 아세안이 수교를 맺은 지 30년째 되는 뜻깊은 해다. 늘어난 인적, 물적 교류를 바탕으로 상호 이해와 존중의 틀을 확고히 하면서 미래 동반자 시대를 열어가야 할 시점이다. 두 지역은 역사적 갈등요인이 없기에 선의와 우호에 기반해 얼마든지 관계를 확장하고 내실을 다질 수 있다.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미래의 동반자임을 알아보고 협력을 강화할 때 국경을 뛰어넘는 경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