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마리아 리소고르스카야

‘어셈블스튜디오’ 창립 디렉터

버려진도시 재생 청년 예술단체

[2019 헤럴드디자인포럼]“주유소를 영화관으로…파격이 곧 즐거움”
사진=박해묵 기자/mook@

“어떻게 좀 더 즐겁고 신나는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을지, 문화와 공동체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혁신적인 그룹 어셈블 스튜디오의 창립멤버인 건축가 마리아 리소고르스카야(Maria Lisogorskaya)는 헤럴드디자인포럼 연사로 나서, ‘일하고, 놀고, 먹고. 어셈블에서의 9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셈블 스튜디오는 201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졸업생 13명과 타 대학생 3명의 모임에서 출발한 리버풀 거점의 청년 예술단체다. 현재는 18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공간을 연결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어셈블스튜디오의 첫 작품인 시네롤리움(CINEma+petROLEUM ·2010년 작품)작업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버려진 주유소를 영화관으로 만든 공간 예술이다. 그는 “굉장히 소규모 건축 프로젝트였는데, 저희가 직접 영화를 고르고, 커튼을 들어올리는 극적인 효과도 줬다”며 “영화를 보다가 커튼을 올리면 여러분 눈앞엔 그냥 노상의 길이 있는 거예요. 재밌지 않나요?”라고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가 지금의 어셈블스튜디오를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첫 프로젝트는 관심 모이는 사람끼리 하기 시작했죠. 하다보니 다음 프로젝트가 생겼고, 자금이 모자라 펀딩을 받아가며 시스템이 갖춰졌”고 밝혔다.

지역 재생 사업에 참여하며 얻은 경험도 청중과 공유했다. 어셈블스튜디오는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로 유럽에서 가장 명망있는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을 수상했다. 리버풀의 그랜비 지역은 1950년대에는 번성했지만 70년대를 지나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결국 네 거리(Four streets)만 남기고 집들이 모두 철거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변화의 계기는 주민들이 직접 주민토지신탁을 만들면서 어셈블스튜디오에 도시의 재생 작업에 참여해달라고 먼저 손길을 뻗으면서 시작됐다.

리소고르스카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민들에게 ‘이렇게 해야된다!’고 지시하지 않고 오히려 아마추어처럼 많이 질문하고 들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달라요.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 가운데서 명료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리소고르스카야와 그의 동료들이 작업에 임하는 신념은 ‘즐거움’이다.

이들은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선택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디지털 편물, 프린팅, 천연재료 염색의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손으로 재료와 작물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저희는 기존의 건축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일부는 급진적이라고 할 테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사용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아닌 실제 손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민경 기자/th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