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나이트’ 배재혁 팀보이드 작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예술’ 주제 강연
수십개의 LED 활용 간단한 패턴변화
관람객이 느끼는 변화는 훨씬 무거워
“공학을 재료로 ‘변화의 꿈’ 이뤄냈죠”
“시스템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작은 변화는 우리들의 모습과 생활양식, 문화 등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희의 예술은 시스템의 변화와 그것이 바꾸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빛과 로봇을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그룹 팀보이드의 배재혁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배 작가는 10일 저녁 7시 헤럴드디자인포럼 ‘아트나이트’(Art Night)에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예술’이라는 주제로 시스템의 변화를 담은 팀보이드의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그가 말하는 시스템은 사회 시스템만을 말하지 않는다.
배 작가는 “시스템을 ‘유닛들 간의 관계’로 정의한다. 정확하게는 제네랄 시스템(General System)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사회가 될 수도 있고, 컴퓨터 시스템, 인간 관계 등 모든 영역의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예술관이 잘 드러난 대표작은 ‘빛결’(Light Wave, 2014)이다. 수십개의 LED(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이 작품은 여러 패턴으로 쉼 없이 변화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품이 아니라 공간이 변화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시스템의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배 작가는 “유닛들 간 간단한 규칙의 변화가 관람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빛결을 만들게 됐다”며 “간단한 변화에도 우리가 시스템에서 느끼는 것은 더욱 무거워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LED외에도 로봇팔 등 첨단 과학의 산물이 잔뜩 사용된다. 공대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이 그의 작품에 반영된 것이다.
배 작가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후 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UCLA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팀보이드에 함께 소속된 송준봉 작가도 서울대 기계공학부 뉴미디어연구실에서 만난 인연이다.
공학과 예술의 이질적인 만남에 대해 배 작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공학도가 됐지만 현실은 꿈과 멀었다”며 “예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뤘으며, 공학은 그 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예술계에서 배 작가는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홍콩독립단편영화제(IFVA)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세계 3대 미술관인 러시아 에르미타슈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올해 6월 특별전을 열었다. 다음 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특별전을 하며, 내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 디지털비엔날에 초청을 받아 작품을 선보인다.
배 작가는 “국내 작가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스스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실력이 있는 많은 작가들이 마음 속에 막연한 벽을 두지 말고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