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日 수출규제 등 ‘산 넘어 산’
1~8월 수출 3615억弗…전년比 381억弗↓
작년 12월 이후 9개월 연속 수출 감소 지속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치면서 당초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수출 600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 4분기(10∼12월)에는 국내 산업·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통상 현안이 산적해 수출의 반등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데 따른 일본과의 양자협의가 예정돼 있고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지 여부도 핵심 현안중 하나다.
30일 관세청이 발표한 올해 1~8월까지 수출액은 3615억6000만달러다. 전년 동기간보다 381억6000만달러 감소한 액수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6055억 달러로 올해 감소세를 보면 6000억달러 달성은 힘든 상황이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당초 정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강조하며 하반기 반도체 가격 회복에 맞춰 수출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반도체의 수요 회복 시기는 지연되고 있다. 이번달 1~20일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9.8% 줄었다. 반도체는 D램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54% 하락한 영향이다.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수출의 21%가량을 차지한 1등 품목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70억 달러(약 149조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세계 경기도 나아질 조짐이 없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펴낸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유엔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1.7% 성장률을 기록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한일 무역갈등을 비롯한 교역 문제가 큰 암초다.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우리나라의 1, 2위 교역상대국으로, 두 국가를 합한 수출액이 전체 수출의 40%가량을 차지한다. 때문에 양국이 상대방 국가 수입품에 관세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면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미국의 중국 관세부과 조치로 한국의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은 9억1000만 달러, 중국으로는 43억1000만 달러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촉발해 백색국가 제외로 이어진 한일 무역갈등은 한층더 당면한 문제다. 7월 발간된 씨티그룹 보고서에서는 한일 양국이 수출규제 후 3개월 내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기타 전자기기 생산이 약 10% 감소하고 성장률이 0.7∼0.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인해 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한국무역협회 등은 한국의 올해 수출 전망치를 올해 수출 목표(6000억 달러)에 못미치는 5000억 달러 선으로 낮춰 잡았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