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일본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해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한일 양국은 물론 세계경제를 혼돈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3일 국제금융센터의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해외시각' 보고서를 보면 해외 투자은행(IB)들과 언론들은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5G 산업의 성장세 위축 등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가중돼 미국의 대(對)글로벌 무역전쟁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초기에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시각이 많았으나, 점차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른 일본의 준비된 대응이라는 견해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의 무기화 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외 기관들은 이번 조치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한국경제 뿐만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씨티와 골드만삭스 등은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한일 갈등 등 대외 불안요인으로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되며, 특히 한일 갈등 불확실성으로 민간투자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크레디리요네(CLSA)는 향후 1~2년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생산성 위축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 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5G 산업 성장세 위축 등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ICT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일 간 신뢰가 훼손됨에 따라 재구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CNBC는 한국이 수출규제 품목의 대안을 찾기도, 생산 기한을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갈등 장기화 시 애플, 화웨이, 소니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린폴리시는 5G의 본격적인 보급을 앞둔 상태에서 이번 사태가 스마트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한국기업들의 신규 공급원 확보 등으로 일본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일 무역분쟁이 미국의 글로벌 무역전쟁만큼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불분명한 명분으로 수출을 규제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자국 및 세계적으로도 커질 전망이라며, 특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등 제3국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국제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한국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경제연구소는 과거 미국 정부라면 중재에 나섰을 수 있으나 트럼프 정부의 개입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다만 한일 갈등 지속 시 수혜가 중국(화웨이)에 돌아갈 것을 우려해 중재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미국 내부에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BNP파리바는 양국이 서로 큰 피해를 입히는 상황까지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85%로 우세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