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도입된 ‘주52시간 근로제’의 유예기간이 오는 4월 1일 종료된다. 위반 기업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까지 포함된 ‘주52시간 근로제’는 급격한 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부담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처벌유예 기간을 거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입 10개월을 맞고 있다.

제도 시행 후 진정한 ‘워라벨’이 찾아왔다는 반응과 여전히 ‘남의 일’이라는 무척 상반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근로현장에선 큰 온도차도 감지된다.

대기업들은 인적ㆍ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반면, 이로 인해 기업의 생존까지 고민해야하는 중소업체들에게 ‘주 52시간 근무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주 52시간 근무제,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김 과장은 국내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대기업 계열사의 영업관리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임직원 수가 수천명에 달해 이미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처벌 유예기간이 길어졌을 뿐 사실상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에 회사 측이 발 빠르게 보완책을 마련해온 탓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은 지난해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유연근무제, 자율출퇴근제, 집중근로제 등을 도입했다.

김 과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음 체감한다. 직장 내에서 불필요한 회의와 회식이 크게 줄었고, 퇴근시간에 맞춰 귀가를 준비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빨라진 퇴근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후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이용객이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서점 매출은 14.5%, 스포츠용품 매출은 11.8% 각각 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되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과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근로자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주당 노동시간이 1% 줄면 시간 노동생산성이 0.79% 상승할 것으로 봤다.

▶“근로시간 줄겠지만, 먹고 살기는…”=수도권의 한 전자부품 생산업체에 근무하는 이 주임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 주임이 일하는 업체는 근로자 300인 이하로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일감이 몰리면 철야근무도 심심치않게 이뤄진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일감이 있는 것 만으로 감사할 일이지만, 몇 일씩 야근을 하게되면 몸은 천근만근이다. 가족과의 교감, 자기계발은 꿈도 꾸기 힘들다.

막상 제도가 시행이 돼도 걱정이다. 야근수당으로 충당해온 벌이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이 올라가면 회사는 사람을 더 뽑기보다는 자동화 설비 등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정부의 청사진이 되레 고용을 축소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로제로 연장근로시간이 제한되면 월 임금은 평균 11.5% 감소해 평균 37만7000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저임금근로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23만3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는데, 중소기업 일자리가 17만2000개, 대기업 일자리가 6만1000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건비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받게될 타격이 대기업에 비해 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해 신규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1인당 인건비 지원을 확대하는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기업에서 이를 얼마나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대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시 정해진 임금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이 한층 강화된다. 사업주 입장에선 자칫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노사정 대표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입장에서 그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연장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화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내년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의무화되기 전까지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유재훈ㆍ이태형 기자/igiza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