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하지도 않은 공사 대금 지급한 것처럼 꾸며 -4년간 130장 위조해 2억6000여만원 갈취 -실제 공사 여부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점 악용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공사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입금표를 위조해 수억원대의 아파트 관리비를 편취한 일당이 붙잡혔다. 일당의 범행은 공사업체에 현금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주민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고, 결국 아파트 관리소장과 경리직원들의 공동범행으로 드러나게 됐다.

6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 김현수)는 아파트 수리를 한 것처럼 꾸미고 공사업체 입금표를 위조해 아파트 관리비를 챙긴 혐의로 전직 아파트관리소장 정모(75) 씨를 지난해 2월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범 경리직원 엄모(44) 씨와 한모(46) 씨도 같은 해 2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업무상횡령,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노원구 공릉동 소재의 소규모 아파트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아파트 관리소장인 정 씨는 엘리베이터 점검 및 수리, 현관문 수리, 배관, 페인트칠, 주차장 도색 등을 하겠다고 주민들을 속였다. 그 후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하지도 않은 공사에 대해 공사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입금표 130장을 위조해 2억6000여만원을 챙겼다.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관리소장 정 씨가 입금표를 조작하면 당시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박모 씨(2017년 사망)는 지출결의를 승인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도왔다. 이들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공사 여부와 금전출납여부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검찰은 정 씨와 박 씨가 갈취한 돈을 나눠가졌다고 보고 있다. 정 씨는 박 씨가 아파트 관리회사와 분쟁이 있을 당시 중재역할을 하면서 환심을 산 후 범행에 동참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소장 정 씨는 입주자 대표였던 박 씨에게 돈을 전달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상으로 본인이 돈을 안 쓰고 주기만 했어도 공범으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경리직원 엄 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공사업체 명의의 허위 임금표 41장을 위조해 1억1000여만원을 관리소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방법으로 경리직원 한 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임금표 89장을 위조해 8000여만원을 관리소장에게 교부했다. 이들은 횡령에 가담해 금전적 이익을 받진 않았고 서류 조작 등의 방조에서 그쳤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2017년 공사업체에 현금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을 본 주민이 노원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수리 대금을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이체하면 되는데 현금을 이용하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리소장은 책임이 큰 피해를 입히고도 반성하지 않고 당시 입주자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