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주주제안 등 목소리 최근 의결권 반대 비중 높아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기조가 한층 뚜렷해지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의 범위가 경영참여를 선언한 한진칼에 이어 배당확대를 요구한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까지 확대되자 재계는 이런 흐름이 상장사 전반으로 확산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보유 지분이 낮아 정관 변경 요구가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여건에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상 기업 선정의 객관적 기준이 불투명한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의견 비중이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반대 비중은 9.05%로 10%를 밑돌았으나, 2015년(10.12%)과 2016년(10.07%), 2017년(12.87%)에 10%를 넘어섰고, 지난해 1~10월 반대비중은 19.23%로 20%에 육박했다.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 한도와 관련한 의결권 행사에서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년 대비 반대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업 활동에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기업은 한진칼과 남양유업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처음으로 이달 초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국민연금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ㆍ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을 정관에 담는 주주권 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은 이번 주주권 행사와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압박 등으로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은 또 저배당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남양유업에 대해서는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이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이 12.82%(작년말 기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도 남양유업과 같은 내용의 주주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키로 했다.국민연금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대리인의 지위를 가진 기관투자자로서의 기본적인 주주권 행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다만 재계는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권의 변화 여부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또 다른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게 경제계의 우려다.

시장의 우려대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시도는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양유업은 “지분율 6.15%를 가진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배당을 확대하면 지분율이 53.85%에 달하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본다”고 해명했다.

고배당으로 회사 이익을 사외로 유출하기보다는 사내유보금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왔다는 게 남양유업 측의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낮은 지분율을 감안하면 실제 국민연금의 정관 변경 요구가 이사회를 통과할 가능성 또한 희박해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명분만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저배당이라고 무조건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기업이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 맞는지 좀 더 따져서 장기 이익에 부합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기준을 안 밝히고 저배당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고 시장에 알려지면서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관리ㆍ감독을 위한 기본 요건을 만드는 절차가 선행되고 배당과 투자가 상충되지 않는 지점에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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