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남북 평화무드와는 배치되는 이슈로 소동이 일어났다.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우리측 기업 총수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며 면박을 주듯 쏘아 붙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뒤늦게 국정감사를 통해 사실을 접한 청와대 측은 공식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북측 인사의 적절치 못한 발언 즉시 대응을 했더라면 오히려 파장이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일이 한달여 이상 지난 상황에서 뒤늦게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대응도 못한 상황에서 시간이 흘러버렸다. 늘 도발은 상대방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찾아오고 때문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속절없이 당하기 일쑤다.스포츠에서 선수간 도발은 이제 하나의 마케팅 전략처럼 자리잡았다. 특히 격투기 무대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강력하고 광범위하다. UFC의 흥행보증수표인 코너 맥그리거는 대표적인 ‘도발왕’ 이다. 그의 명성은 도발의 수위와 범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올라갔다. SNS를 통한 도발이 촉매가 되어 그는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 메이웨더와의 수천 만 달러짜리 시합을 성사시켰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을 향한 도를 넘은 도발은 폭력사건으로까지 이어졌고, 오히려 이는 맥그리거의 명성을 실추시키는 역효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도발장인’, 권아솔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루어진 국내 스포츠업계에서는 이러한 도발이 보편적인 문화가 아니다. 팬들의 성향 역시 아직까지는 ‘배드보이’ 이미지보다는 스포츠맨십을 추구하는 선수에 대해 더 호감을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거의 유일하고 독보적인 악동 이미지 캐릭터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로드FC의 권아솔이다.권아솔은 속칭 로드FC의 ‘영업부장’으로 통한다. 무려 2년여간 시합을 뛰고 있지 않지만 꾸준한 광역 도발을 통해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든다. 특히 세계 최대 MMA 단체인 UFC를 향한 독설, 맥그리거에 대한 도발은 국내 격투기판에서는 충분한 이슈가 되었다. 권아솔의 맥그리거에 대한 도발로 인해 권아솔은 실시간 검색어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관련 기사는 무려 1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파급이 컸다는 후문이다. 종합격투기(MMA) 무대에서 로드FC는 모르더라도 권아솔을 아는 이는 있을 정도로 그만의 영업전략은 나름 성공적이다.이러한 ‘도발장인’ 권아솔과 관련해 최근 재미있는 이슈가 하나 터졌다. 그의 도발 행태를 비꼬듯 패러디해 역으로 독설을 던진 젊은 선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주인공은 오는 11월2일(금) MAX FC무대에서 경기 예정인 ‘벌꿀오소리’ 김수훈(20 김제국제엑스짐)이다. 그는 권아솔을 향해 ‘입으로만 싸우는 방구석 여포’라고 직격탄을 날리더니 “체급 상관없이 나와 입식격투기로 한번 붙어보자”며 도발했다. 권아솔은 -70kg 라이트급 챔피언이고, 김수훈은 -50kg 플라이급 선수이다. 양 선수의 몸무게 차이만 20kg이 나고 평소 체중을 감안하면 30kg이상 격차가 있다. 더욱이 양 선수는 뛰는 무대 또한 다르다. 권아솔은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 김수훈은 입식격투기 단체 MAX FC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실상 이루어지기 어려운 대전이지만 과거 권아솔이 자신보다 50kg 이상 나가는 최홍만을 향해 도발한 예를 들며 김수훈은 ‘명분 있음’을 내세웠다.이 소식은 격투기 전문기자들에게 알려지며 기사화 되었고 포털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격투기판에서 ‘김수훈’의 이름이 처음 팬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권아솔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권아솔 이름값을 이용해 자신을 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권아솔, 피도발에 대한 적절한 대응재미있는 것은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까지 권아솔의 도발은 늘 일방통행이었다. 대응할 수 있는 상대에 대한 도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권아솔에 도발에 UFC나 맥그리거가 반응을 보일 리 만무하다. 하지만 김수훈은 달랐다. 좁은 국내 격투기판을 감안하면 권아솔은 언제든 김수훈의 ‘도발 사정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로드FC를 향한 타 격투기 대회사들의 도발은 꾸준히 있어 왔다. TFC는 대회사간 맞대결을 제안하기도 하고, AFC는 선수간 대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때마다 로드FC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자칫 본인들의 위상이 후발 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식을 심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때문에 김수훈의 도발에 대한 권아솔의 입장도 대회사의 입장과 별반 다를 게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하지만 권아솔은 달랐다. 첫 도발 이후 이루어진 김수훈과 격투전문매체 랭크5와의 인터뷰 영상에 직접 댓글을 단 것이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였다. 인터뷰 중간중간 김수훈은 권아솔과 맞붙고 싶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혔다. 권아솔의 반응은 의외였다. 오히려 김수훈을 추켜세워준 것이다. 권아솔은 “자신보다 체급도 높고, 자기보다 강자라도 언제라도 싸울 수 있는 용기!! 멋있습니다. 서울 오시면 체육관 놀러 오세요”라며 후배의 도발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최홍만, 맥그리거에 대한 도발 등 그 동안 자신의 행동에 명분을 부여하면서도, 대선배의 품위를 유지하는 일석이조의 대응이었다.권아솔이 수많은 악플과 비난의 대상을 자처하며 배드보이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종합격투기 무대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작은 어린 후배 선수의 치기 어린 도전이었지만 이를 부드럽게 받아준 선배 파이터의 여유가 도발로 얼룩진 국내 격투계에 신선한 ‘미담’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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