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젝 ‘단순함-디자인의 힘’ 주제로 강연 “의자·전자기기·자전거… 모두가 디자인에 발 담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제품 단순·우아함 등 결정적 매력”
“수천년 전에도 ‘디자인’은 있었습니다. 인간이 무엇을 하든지 디자인과 연결돼 있었죠. 그런데 모든 것이 창의적이고 디자인인적인 것, 반대로 아무것도 디자인이 아니라는 말도 됩니다. ‘무엇이 디자인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피터 젝(Peter Zecㆍ62) 레드닷(Red Dot) 디자인상 창립자는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강연자로 나서 ‘단순함-디자인의 힘(Simplicity-the power of Design)’을 주제로 디자인 철학을 풀어놓았다.
“디자인은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한 그는 대량생산이 시작된 산업혁명을 현대적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철 등 새로운 재료는 과학이 가미된 새로운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인 것’과 ‘디자인이 아닌 것’은 숟가락, 포크, 나이프 등 커틀러리의 기능적인 면과 장식적인 면을 구분해 보며 쉽게 설명했다. 그는 “산업적인 제조방식을 따라 만들어지지만 디자인의 요소를 가미하면 개성있는 제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젝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를 창립하고 전세계에 ‘레드닷’의 존재를 각인시킨 인물이다.
레드닷의 영향력은 이제 막 진출한 신진 디자이너부터 업계에서 인정 받는 디자인 그룹까지 출품과 수상에 열을 올린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1991년 레드닷 디자인의 전신 격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Design Zentrum nordrhein-Westfalen)’을 이끌던 피터 젝은 갤러리에서 그림 아래 빨간 스티커로 ‘팔렸음’을 표시하던 것에 착안해 로고에 빨간색 점을 넣었고, 이는 곧 레드닷의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빨간색 점으로 레드닷은 수상작을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고, 이미 팔린 그림처럼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디자인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레드닷은 수상작을 주최측이 마련한 레드닷 디자인 미술관에 소장하고 대중을 위해 공개하는 유일한 디자인상으로도 손꼽힌다. 대부분의 전시에서 방문객들이 전시 작품에 다가가거나 만질 수 있도록 해 기존 미술관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관람객들의 ‘디자인 체험’을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강연에서 피터 젝은 매력적인 디자인의 요소를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가 앉아있는 의자부터 전자기기, 자전거, 자동차 등 모든 것들이 디자인에 발을 담그고 있다”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 같은 제품들은 모두 단순함과 우아함, 품질, 사용자 편의성 등에서 결정적인 매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혁명부터 시작된 이 ‘단순함’의 원칙은 시간을 거쳐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수차레 디자인에 관한 대중 강연에 나섰던 피터 젝은 “서울에 오는 것은 항상 기쁘다”며 “그 중에서도 서울에 가장 중요한 디자인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이야기하게 돼 영광이다”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서울시 명예시민권을 받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92년 한국을 처음 방문하고 서울을 50번 이상 돌아보며 도시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