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보다 자유 더 원하는 女 결혼하느니 나를 위해 돈쓰겠다는 男 스스로를 사랑하는 태도 갖고 개개인 자립·연결된 사회가 바람직 ‘2035년 인구의 절반이 솔로가 된다’
일본 국립보장인구문제연구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혼자와 이혼, 사별한 사람을 합한 독신자의 비율은 48%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솔로사회가 된다. 솔로가 더이상 특별한 게 아닌 범례, 일상이 된다는 말이다. 현재 4가구 중 1가구가 싱글족인 우리에게 이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 종합광고대행사 하쿠호도의 ‘솔로활동계 남성연구 프로젝트’팀장으로, 일본 독신연구 1인자인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솔로사회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가족은 더 이상 필연적 공동체가 아닌 선택적 친밀성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가즈히사는 최근 저서 ‘초솔로사회’(마일스톤)에서 급격한 인구 구조학적 변화와 사회의 새로운 상태에 어떻게 준비하고 발 맞춰나가야 하는지 제시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미혼화, 저출산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정보에만 주목하는 경향에 비판적이다.
“미혼화는 젊은이들이 가난한 탓” “저출산은 노동조건이 좋지않고 보육원이 부족한 탓”이라는 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마치 범인찾듯 해 누군가의 탓으로 몰고가는 태도다. 이는 미혼자와 무자녀부부로 하여금 죄책감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미혼율 증가의 원인으로 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종신고용, 연공서열 파괴, 남녀고용 기회균등법에 따른 여성의 결혼인식 변화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중매결혼과 사내결혼이 결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런시스템이 남성의 결혼을 밀어주는 방향으로 작용, 1980년대 까지 미혼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결혼의 장점’과 ‘독신의 장점’을 조사한 ‘2015 출생동향 기본조사’에서 찾아낸 비혼의 결정적 이유는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여성은 결혼의 장점으로 ‘경제적 여유’를 남성보다 많이 꼽은 반면, 남성은 ‘사회적 신뢰’ ‘생활의 편리’를 꼽았다. 또 독신의 장점으로 여성은 ‘자유’를, 남성은 ‘경제적 여유’를 꼽았다. 정리하자면, 남성이 느끼는 결혼의 장점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미혼자라도 사회적 신뢰를 못 얻는다고 볼 수 없고, 결혼하더라도 여성이 전업주부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성은 자유를 포기하면서 얻을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남녀 모두 결혼하기 싫은 이유가 돈이다. 이는 서로 양보가 어려운 부분이어서 비혼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비혼자들의 의식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비혼화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논박한다.
‘초식남’이라 불리는 젊은 남성들이 연애나 성경험에 관심이 없다는 식의 선입견이 그 하나. 실제론 18~34세 남성의 경우, 2015년 성경험률은 1992년 이래 최고치다. 또 다른 편견은 남성은 나이어린 여성을 좋아한다는 통념. 실상은 달랐다. 결혼 커플의 나이차는 남성이 1.7살 높았다.
저자는 단지 비혼 만을 언급한 게 아니다. 이혼과 사별 등으로 홀로 남겨진 배우자 등도 포함된다. 누구든 다시 솔로가 될 수 있다. 즉 솔로사회는 결혼을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배우자와 이혼 또는 사별한 남자의 자살 비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솔로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기존 공동체 뿐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를 찾아 연결성를 갖는 게 중요하지만 우선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는 태도를 갖는게 ‘솔로로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개개인이 자립하고 연결된 사회가 바로 저자가 말하는 솔로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책에는 솔로생활자의 소비의식에 대한 집중 분석도 들어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이들에게 기업들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팁을 제공한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