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은 지난해 우리경제가 3.1%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생산과 판매 등 실제 경제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아직도 썰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호황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이의 온기가 경제저변으로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경제지표의 개선이 일자리 개선이나 가계소득 확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경제의 기반이 취약해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경기회복세에도 쉽게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집계한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표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다. 지난해 연간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년(72.7%)보다 0.8%포인트 하락한 71.9%에 머물렀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7.6%) 이후 19년만의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았던 2008년(77.6%)과 2009년(74.4%)보다도 낮은 것으로, 생산현장은 사실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 2011년 80.5%를 고비로 지난해까지 6년째 한해도 반등을 시도하지 못한 채 내리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에 78.5%, 2013년 76.5%, 2015년 74.5%, 2016년 72.6%로 단계적으로 낮아져 이젠 70%대조차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경제가 3.1% 성장하고, 제조업 생산도 1.0% 증가한 상황에서 평균가동률이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우리 경제ㆍ산업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서는 사상 최대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그동안 설비를 대규모 증설했으나 대내외 수요가 막힌 해양플랜트 등은 가동을 거의 멈춘 것이다.

여기에다 특정산업의 호황 효과가 이와 연관된 산업이나 관련 중소기업 및 가계소득 등으로 확산되는 연결고리도 약화돼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부의 분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은 경기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개선 효과가 확산되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은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16.4% 인상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에 시동을 걸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 증대나 소비확대로 이어지려면 어느정도 시차가 필요한데,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들은 당장 임금 부담으로 고용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우리경제는 내부적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상당한 진통을 겪는 일종의 전환기에 놓여있다. 다행히 올해와 내년에 세계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우리경제의 확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대외 여건이 우호적으로 전개될 때 어느 정도 구조개혁을 진척시켜 경제체질을 개선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경제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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