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한랭질환 감시체계 운영 한파에 한랭질환자 52명 발생·3명 사망 장시간 추위노출·과도한 음주는 치명적 당뇨·고령자 위험률 높아 특히 주의를 야외활동 자제…외출시 방한용품 챙겨야
# 70대 이모씨는 지난 주말 결혼식이 있어 외출을 했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날씨가 매섭도록 추웠지만 옷을 두껍게 입지 않은 바람에 추위에 몸이 얼었다가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는데 손발에 감각이 없고 머리가 띵하며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혈압이 높아 갑작스럽게 변하는 온도에 건강한 사람보다 취약한 편이다.
연일 매서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한랭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을 가진 어르신의 경우 한랭질환에 취약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는 전국적인 한파가 예보되자 추위로 저체온증, 동상, 동창 등 한랭질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524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한랭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이번달 12일 현재 52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랭질환이란 추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인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질환 모두를 통칭한다.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한랭질환 감시 결과 한랭질환은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져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저체온증이 73.2%로 가장 많았고 연령대는 65세 이상이 41.5%로 많았다. 또 음주상태에서 발견된 비율이 높았다.
▶강추위에 자주 발생하는 ‘저체온증’= 우리 몸의 정상체온은 36.5~37.0℃의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더위나 추위에 대하여 스스로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기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신체가 추위에 노출되는 등의 환경적 요인이나 외상,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질환 등의 이유로 이 방어기전이 억제되어 정상체온을 유지 하지 못하고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경우를 ‘저체온증’이라고 한다. 겨드랑이나 구강체온은 저체온시 정확한 중심체온을 반영할 수 없기에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직장체온이 35℃ 미만일 경우를 저체온증이라고 하고, 온도에 따라 32℃~35℃를 경도, 28℃~32℃를 중등도, 28℃도 미만을 중도의 3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말이 어눌해지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팔다리에 심한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관리본부는 “장시간 추위 노출, 과도한 음주는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한랭질환 감시체계로 신고된 환자 총 441명 중에도 저체온증 환자가 83.7%(369명)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체온증 환자는 남성이 68%(251명)로 여성(32%, 118명)보다 월등히 많았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40.1%(148명)였으며 음주를 한 경우가 32.2%(119명)였다.
특히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는 한파에 노출될 경우 체온유지에 취약해 저체온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자칫 무리한 신체활동을 할 경우 혈압상승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도 있다. 김병성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추운 날씨에는 신체 끝 부위인 손, 발, 코, 귀 등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동상의 위험이 있다”며 “특히 당뇨병 등 순환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노인, 어린이의 경우 한랭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추위속 음주와 겨울산행으로 저체온증 환자 많아= 저체온증은 겨울철 ‘음주’와 관련이 많다. 갑잡스런 한파에 몸을 녹이려고 퇴근후 가볍게 술 한 잔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뜨끈한 오뎅국물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 움츠렸던 몸이 풀리는 것 같고 속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혈액이 내부 기관에서 피부 표면으로 몰려들면서 피부가 뜨거워지는 등 온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체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지만 결국 피부를 통해 다시 발산되기 때문에 체온은 떨어지게 되고 오히려 몸 속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이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겨울철에 발생하는 저체온증 환자 중 절반은 술을 마셔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음주산행도 저체온증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이다. 추운환경, 특히 눈이나 강한 바람 등의 기후상태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고, 배출되지 않은 땀으로 젖은 의복이나 신발을 장기간 착용하고 있으면 물의 높은 전도율 때문에 체열의 소실이 진행된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범진 교수는 “ 무리한 산행으로 인해 심장에 부담을 줄 경우에 평소와 다르게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발생 즉시 산행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한 뒤 하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력한 한파 몰려올떄 저체온증 예방법은?= 저체온증 환자 발견시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열손실을 방지하고, 조심스럽게 이송하여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한다.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젖은 의복은 제거하고 담요로 환자를 감싸주고, 심근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이동해야 한다. 또한 저체온증 환자는 탈수가 심하고 혈액의 점도가 증가되어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빠르게 수분을 공급시켜 주어야 한다. 의식이 있으면 따뜻한 음료와 당분을 공급하고 의식이 없으면 호흡, 맥박 체크와 함께 필요한 경우 심폐소생술을 하며 수액을 공급해줘야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날씨가 추울 때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만약 외출을 하게 된다면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으로 철저히 방한을 하고 야외에 장기간 활동시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따뜻한 담요 등으로 보온을 해주고 따뜻한 실내로 옮겨야 저체온증, 동상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