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ㆍ듀오 설문…50% “39~44세 출산해야 노산” -“결혼 늦어도 출산에 아무 영향 없다”는 응답도 35%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세달 전 첫 아이를 출산한 주부 김미연(39) 씨는 산후조리원에서 ‘왕언니’로 통했다. 산후조리원 동기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것. 임신 당시 산부인과에서는 노산인 만큼 여러가지 주의를 당부했지만 김 씨는 ‘노산’이라는 인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김 씨는 “결혼을 늦게한 탓에 아이가 늦었던 것일 뿐 임신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특별히 내가 노산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이 점점 늦춰지는 가운데 노산의 기준까지 바뀌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결혼정보업체 듀오와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미혼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노총각, 노처녀 기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은 노산의 기준이 40대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 결과 노산의 기준이 ‘39~41세’라는 답변이 31.1%, ‘42~44세’라는 답변이 19.4%로 응답자 중 총 50.5%가 노산의 기준을 39세 이상으로 여겼다. 나이 ‘45세 이상’이라는 응답률도 3.5%, ‘정해진 나이는 없다’는 답변도 5.3%에 달했다. 나이 ‘36~38세‘부터 노산이라는 응답률도 33.6%도 차지했다. 반면 나이 ‘33~35세’부터 노산이라는 답변은 7.1%에 그쳤다.
성별로 보면 남성 37.4%가 ‘36~38세’를, 여성 33.6%가 ‘39~41세’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결혼이 늦어짐에 따라 2세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는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34.6%로 가장 높았고, “원래 딩크족이었던 생각이 유지될 것 같다”는 답변이 22.2%,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면 출산을 많이 할 계획이다”가 17.7%로 그 뒤를 이었다. “노산이므로 출산은 피하고 싶다”는 답변은 14.1%에 그쳤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는 노산의 기준을 만 35세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생식 능력은 30세 이후 점점 감소해 35세 이후부터 난임이나 불임 확률과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임신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평균 출산 연령은 32.4세로 급격히 높아졌다. 전체 출산 가운데 35세 이상 여성의 분만비율은 1993년 4%에서 지난해 26.4%로 증가했다. 서울에서 출산하는 여성의 평균 나이는 33.07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 출산 연령은 30대 초반이지만 실제로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산모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리고 얼마 전 첫 아이를 낳은 조은서(30) 씨는 “빨리 결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산후조리원에서 내가 최고 막내였다”며 “주위 산모들은 30대 중후반이 많았는데 대부분 초산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체적인 노산 기준은 달라지지 않지만 일반적인 노산 기준은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인양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학적인 노산 기준은 변함이 없지만 일반인들의 노산 기준은 시대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로 신체적 노화에 따른 고위험 임신은 많아졌지만 의학적 기술 발달과 모니터링 강화로 많은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있더라도 신체적 상태와 건강 관리에 따라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