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 최대부자 3인방, ‘적성 안 맞는’ 자식 대신 전문경영인ㆍ공동창업자 등 승계 무게 - 최상위 100명 중 95명 이상 자수성가…한국 3.5배 - ‘뉴리치’비율 21%…혁신산업 위주 역동적 생태계 형성

[SUPERICH=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중국 억만장자 순위가 발표됐습니다. 개인 자산 10억달러(1조 1500억 원) 이상을 소유한 부호 숫자는 500명이 넘습니다. 홍콩과 마카오는 제외했습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기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입니다. 독특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키워낸 억만장자들은 자산 규모나 그 숫자에서 한국 부자들과는 소위 ‘급이 다른’ 수준이 됐습니다.

▶출고가능)[슈퍼리치]2017 ‘대륙부자 빅3’ 왕젠린ㆍ마윈ㆍ마화텅…한국과 다른 점 3가지-copy(o)1

물론 국내 억만장자보다 사람 수가 많은 게 중국의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가 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곳간 크기’만 큰 게 아닙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몇몇 요소가 있습니다. 가업 승계와 재벌이 주요 키워드가 될 수 밖에 없는 국내 최상위 부자 생태계와 차이 나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중국 경제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보여줍니다.

▶ ‘BIG 3’ 모두 자수성가…자식에 ‘회사 물려줄’ 가능성 낮아 = 후룬(胡潤) 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2017 세계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중국 대륙(본토)에 자리한 개인 자산 1조 1500억 원 이상 ‘빌리어네어’는 501명입니다. 최상위 세 명은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기업인입니다.

그들은 수년 째 대륙 억만장자 5위권을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소위 ‘빅 3’입니다. 316억 달러(36조 5600억 원)를 소유한 왕젠린(63) 완다그룹 회장. 287억 달러(33조 2100억 원) 자산의 마윈(53) 알리바바 회장. 그리고 227억 달러(26조 2680억 원)를 쥔 마화텅(46) 창업자입니다. 참고로 슈퍼리치는 후룬연구소 뿐 아니라 포브스ㆍ블룸버그 억만장자 리스트 등을 모두 확인한 뒤 이들 셋의 자산을 집계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개발(왕젠린)ㆍ전자상거래(마윈)ㆍICT (마화텅)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들 공통점은 창업 부호란 점입니다. 후룬이 자체적으로 매긴 ‘자수성가 지수’에 따르면 셋 모두 최고등급인 5입니다. 부모의 어떤 지원도 받지 않았단 뜻입니다.

비슷한 점은 또 있습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행보입니다. 지금껏 밝혀진 사실만 놓고 보면 완다ㆍ알리바바ㆍ텐센트는 창업자 가족 대신 다른 이들이 ‘후대’를 책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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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젠린의 경우 지난해 12월 “내 외아들(왕스충ㆍ王思聰)은 완다를 승계할 마음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며 “전문경영인에 회사를 맡기는 게 낫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물론 왕 회장은 아들의 적성이 맞는다면 그에게 완다를 맡겼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그보다 나은 제3자가 있을 땐 주저없이 회사를 넘길 것이라는 게 이같은 발언으로 드러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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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도 비슷합니다. 그는 이미 4년 전 회사 최고경영자(CEO)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나이와 재직기간을 고려한 퇴직 연한을 넘겨서입니다. 자격 미달 후계자의 승계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일련의 규칙을 스스로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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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인 마화텅 또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공동창업자들의 존재 때문인데요. 현재 후룬 리스트엔 마화텅과 텐센트 탄생을 함께한 장즈둥(張志東ㆍ45)과 천이단(陳一丹ㆍ46)도 들어있습니다. 각각 9조 9600억원ㆍ1조 1500억 원 개인 자산을 소유한 빌리어네어들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슈퍼리치가 자체 집계하는 ‘한국 100대 부호’의 자산 기준 1∼3위는 모두 가업을 물려받았습니다. 1위인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3남입니다. 2위 서경배(54)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의 차남이죠. 3위 이재용(49ㆍ구속)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입니다.

▶ 자수성가 비율 中 96% vs 韓 27% = 중국의 경우 최상위 3대 부자를 포함, 100대 억만장자 가운데 96명이 창업자 출신입니다. 후룬연구소가 1∼5에 걸쳐 매긴 자수성가 지수에 따르면 96명 모두 5입니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에게 1원 한 푼 안 받고 사업을 시작했단 의미입니다. “부모가 어느정도 종잣돈을 대줬거나 학비를 지원했음”을 뜻하는 자수성가 지수 4인 부호는 1명도 없었습니다.

국내 100대 부호들의 상황은 다릅니다. 자수성가로 최상위 100등 안으로 들어온 인물은 27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수치의 차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시장경제 체제의 역사가 짧은 중국서 창업자가 많은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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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아있는 ‘가능성’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ICT 분야를 필두로 하는 신(新) 산업에서 새 부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미 2015년 10월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는 “향후 10년 간 혁신 산업은 중국 GDP 성장의 40% 가량을 차지할 것” 이라며 “이 분야는 2025년까지 3조∼5조 달러의 GDP를 중국에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혁신 관련 분야를 빨아들이는 ‘이노베이션 스폰지(Innovatioin sponge)’가될 것”이란 진단도 덧붙입니다.

이런 조류는 대륙서 신산업 창업 부호가 차지하는 비중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후룬이 낸 중국 100대 부자 가운데 전자상거래ㆍ전기차ㆍ청정에너지ㆍ소프트웨어ㆍ기타 IT 산업에서 탄생한 창업 부호는 27명입니다. 사람 수는 30명이 채 안 되지만 이들이 소유한 자산은 중국 100대 부자 자산 합계(6300억 달러)의 3분의 1 이상(2320억 달러)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거물급(?)’들이 이 분야에 포진하고 있거나, 새로 나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 ‘뉴 페이스’만 100명 넘어…한국은? =실제로 대륙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새 얼굴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룬 측은 2017년 중국 빌리어네어 리스트 501명 가운데 106명을 “NEW”라고 구분했습니다. 20% 넘는 비율입니다. 2015년에도 중국엔 10억 달러 이상 보유 부호 106명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지난해엔 무려 160명이 ‘뉴 페이스’로 데뷔했죠. 끊임없이 새 부자들이 중국 어디에선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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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어떨까. 슈퍼리치 집계에 따르면 10일 현재 자산 2600억 원을 넘긴 최상위 부자 100명 중 최근 2년 간 ‘데뷔’했다고 규정할 수 있는 이는 단 3명입니다. 총싸움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일어선 권혁빈(43)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유일한 여성 창업가로 분류된 한현옥(57) 클리오(화장품 기업) 최고경영자, 그리고 소셜 카지노 서비스 기업 더블유게임즈를 세운 김가람(39) 창업자가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