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업계 내 기준 전쟁 치열… 순위는 ‘자존심’ - BOE 1등 조사결과… LG디스플레이 “그랜져랑 티코가 같냐” - 프리미엄 TV 정의… 삼성 ‘화면 크기가 기준’ vs LG ‘가격이 기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전자업계 내에 ‘기준’ 싸움이 치열하다. 어떤 기준으로 시장 내 순위를 매기느냐에 따라 1위와 2위 사이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순위는 각 기업의 자존심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격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달 말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한차례 논란이 빚어졌다. 한 시장조사 기관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출하 대수 기준’으로 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BOE가 올해 1월 출하대수를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22.3%를 차지해 세계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로빈 우 IHS 마킷 수석연구원은 “(BOE가) 기존에 선두를 지켰던 패널 업체들이 수량보다 고급 제품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는 틈을 이용했다”며 “BOE는 IT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접근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로빈 우 연구원이 밝힌 ‘선두 업체’들은 화가 났다. 대표적인 기업이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측은 “디스플레이를 잘게 쪼개서 많이 판매해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는 그랜져 21대를 팔았고 다른 쪽에선 티코 22대를 팔았다. 그러니 티코 22대를 판 쪽에서 ‘우리가 1등’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IHS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출하 대수 기준으로 BOE는 22.3%를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는 21.6%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의 설명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유는 출하면적, 전체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면적을 고려하면 여전히 LG디스플레이가 BOE를 한참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출하 면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LG디스플레이는 24.8%를 차지했고, BOE는 13.8%에 불과하다. BOE의 기록(13.8%)은 면적 기준 2위업체 삼성디스플레이(16.1%)나 3위 이노룩스(14.7%), 4위 AUO(14.6%)보다도 낮은 수치다. 커다란 디스플레이 판을 더 많이 잘라 작은 크기로 만든 다음 이를 공격적으로 팔아치워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BOE가 1등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LG디스플레이 측도 BOE가 출하대수에선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전 LG디스플레이는 출하대수와 면적 두가지 기준 모두에서 1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선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그들의 성장이 빠르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LCD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는 한국과 불과 1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는 OLED로 세대 교체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 대한 정의를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설전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전장(戰場)을 제공한 측은 이번에도 역시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었다.

IHS마킷은 이날 LG전자가 지난해 2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43.1%(수량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로 집계뙜다고 밝혔다. 2015년 LG전자의 TV시장 점유율은 17.5%에 그쳤으나 이를 2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1위를 차지했다는 설명도 보태졌다. 해당 조사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3위로 떨어졌다는 결과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2015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57.7%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0.3%를 기록하며 3위가 됐다.

삼성전자는 즉각 반발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 대한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화면 크기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은 전체 TV시장의 0.3%에 불과하다. 이를 가지고 누가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갔다는 식으로 통계를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6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을 프리미엄TV 시장으로 해석해 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다. 60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5년 33.9%에서 지난해에는 35.2%로 상승했다. LG전자는 2015년과 2016년 모두 점유율이 13.7%였고, 소니는 이 기간 11.6%에서 10.3%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유있는 ‘1위 다툼’은 오는 3월 양사가 자존심 대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공교롭게도 LG전자는 조사결과 발표 바로 다음날인 2월 23일에 자사의 최신 올레드TV와, 슈퍼울트라HD TV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중으로 최상급 프리미엄 TV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TV시장 전쟁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하게 TV시장 선두권 다툼을 펼칠 예정인데, 지난해 시장 점유율 순위 발표가 나오자 양사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과는 별도로 순위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을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