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글로벌 유전 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의 오너 존 프레데릭슨(John Fredriksen)의 ‘벼랑 끝 전술’에 국내 조선사들이 숨죽이고 있다.

시드릴은 1년 넘게 채권단과 채무 조정 협상을 진행중인데, 최근 ‘채권단 관리(chapter 11)’ 등을 언급하며 파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모두 5기의 설비를 시드릴 측에 인도해야 하는데 파산이 현실화할 경우 직간접 피해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키 위한 프레데릭슨 오너의 협상전략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프레데릭슨은 지난 5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시드릴의 회생을 무조건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시드릴 최고경영자(CEO) 퍼 울프는 “예상한 것 보다 협의가 복잡하다.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챕터 11’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너와 CEO의 발언 사이 간극이 매우 큰 것이다.

프레데릭슨은 2월 초에는 돌연 탱커선사 DHT와 합병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최근 들어 예측이 어려운 돌발 상황을 잇따라 만들어 내고 있다.

DHT는 최근 현대중공업에 원유운반선 2척을 발주한 업체기도 하다.

시드릴의 재무 상태가 극히 나쁘다는 점은 이미 2년전부터 업계에 파다했다.

유가 폭락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켰고, 장기 채무를 단기 채무로 돌려 막는 과정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국내 조선사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시드릴로부터 발주받은 해양 시추 설비를 인도 하기 전에 시드릴이 파산할 경우 돈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드릴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 2척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척의 해양 시추 설비를 수주했다가 취소돼 소송이 진행중이다.

한국 조선사들과 시드릴이 맺은 계약 금액은 약 27억달러(약 3조원)로 추산된다.

당장 급한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다음달 2척의 드릴십(1조1845억원)을 시드릴 측에 인도키로 예정돼 있다.

삼성중공업측은 예상보다 큰 피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드릴이 파산하더라도 30%의 선수금을 미리 받아 이를 몰수하고, 설비를 자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70% 이상의 가격에만 설비를 판매하면 어려움이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또 이미 관련 관련 리스크를 올해 자금 계획에 반영했고, 시드릴 인도와는 별개로 2조원의 현금 유입이 예상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1월로 인도 시기가 예정돼 있어 아직은 ‘관망’ 분위기다.

시드릴 파산 언급을 프레데릭슨의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 돌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