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할 때 여전히 양적 비교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전차 수 몇 대, 함정 몇 대 등 보유 대수를 전력 비교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어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이러고 있느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의 전투기나 함정, 전차 다수는 6.25 이후 지금까지 사용된 것으로 노후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보유한 전투기, 함정, 전차 등은 수 차례 개선 및 개발 과정을 거쳐 과거 장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신식 무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양적 비교로서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가 이뤄질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여전히 육해공 군용장비의 수를 제시하며 남북한 전력을 설명하는 행태를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군의 이러한 행태를 노무현 대통령이 지적해 지난 2004년 군이 남북한의 질적 군사력 비교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작업 결과는 10여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11~12일 실시된 육해공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육해공군 모두 북한 전력을 양적으로 수치화해 우리 전력과 대비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지금이 어느땐데…軍 남북한 군사력 양적비교에 치중

12일 육군은 국정감사를 통해 육군 병력은 장교 및 준사관 5만1000여명, 부사관 8만여명, 병사 36만4000여명으로 이뤄져 있는 반면, 북한 지상군은 102만여명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육해공군 모두 북한 군사력 양적 비교에 치중=또한 우리 군 전차는 2300여대지만 북한군 전차는 4300여대, 남측 야포는 5400여문, 북측 야포는 8600여문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 다련장로켓 천무는 220여문, 이에 해당하는 북한 방사포는 5500여문, 지대지유도무기는 남측 60여기, 북측 100여기 등으로 공개됐다. 남북 군사력비교시 북한이 대부분의 항목에서 오히려 더 우세한 것이다.

해군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남북한 해군력을 비교했다.

해군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수상함 140여척, 잠수함 10여척, 항공기 70여대, 해병대 장갑차 및 전차 500여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군 함정 수는 200척이 채 안 된다. 그러나 해군은 북한함정에 대해 잠수정 70여척 포함 820여척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공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군은 전투기 410여대, 정찰감시통제기 50여대, 공중기동기 90여대, 훈련기 190여대 등 항공기 총 740여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공군은 전투기 820여대, 수송기 330여대 등 총 165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 전투기가 공격해 올 때 이를 제지하는 공군의 방공무기로는 패트리엇 발사대 50여기, 천궁 발사대 10여기, 호크 발사대 130여기가 있다고 공군은 밝혔다. 이어 북한 측 방공무기는 총 300여기의 대공미사일 발사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적의 공중침투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방공관제레이더 수 역시 남측보다 북측이 수적으로 우세했다.

우리 측은 장거리 감시레이더 20여대, 저고도 감시레이더 10여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피스아이 4대 등을 운용하고 있으나, 북한 측은 EW레이더 등 약 120여대의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운용하는 레이더의 성능적 차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따지면 결국 육해공군 전력상 북한군의 군용장비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져 북한 전력이 우세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남북한 국방비 규모를 따지면 남한은 국방예산이 매년 약 40조원 전후지만 북한은 남한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남한 국방예산은 38조7995억원, 올해 40조3338억원이었던 반면, 북한의 지난해 국방예산 지출은 약 4조5000억원(40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국방부 장관 “우리 국방비는 적고, 북한 국방비는 많다…북 위협적”=그러나 군은 다양한 논리를 바탕으로 북한 전력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열린 2016 K-디펜스 조찬포럼에서 “북한의 실질 국방비는 알려진 것보다 약 10배 정도 더 많다”며 남한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음을 강조했다.

2013년 기준 북한의 실질 국방비는 약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해 우리 국방비의 약 30%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순수 전력증강비만 따질 경우 우리 전력증강비의 약 40%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또한 북한은 남한보다 10여년 먼저인 1962년께 4대 군사노선에 따라 군사력 증강을 시작했고, 남한은 1974년 율곡계획에 따라 군사력 증강을 본격화해 이 방면에서 북한이 12년 정도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정부 예산 대비 국방비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도 국방력 강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 정부 예산 대비 국방비 비율은 34.7%였으나 올해는 14.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