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다.

그렇다면 쏘면 뜨거워지는 소총은 정상일까, 아닐까. 정부는 ‘정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방위사업청은 13일 야전에서 100발 연속 사격 후 총열 덮개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가 논란이 된 신형소총 K2C1에 대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이날 이와 관련해 입장자료를 내고 “K2C1소총 총열덮개 온도상승 현상은 피카티니 레일형 총열 덮개를 알루미늄 재질로 적용함에 따라 발생한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해외 유사 장비에서도 동일하게 발생되는 장비의 특성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유사 사례로 우리 해군 특수전전단이 사용하고 있는 독일산 소총HK416을 들었다. 이 소총도 같은 조건에서 59.5도까지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산 HK416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애초에 전방 손잡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K2C1엔 전방 손잡이가 없다.

해외 유사 무기가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 전방 손잡이라는 해답을 마련했지만, K2C1은 이를 채택하지 않아 굳이 또 한 번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스스로 자초하는 모습이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방사청 ‘쏘면 뜨거워지는 소총, 정상’이라며 전력화 중단
[김수한의 리썰웨펀] 방사청 ‘쏘면 뜨거워지는 소총, 정상’이라며 전력화 중단

방사청은 “K2C1소총은 K2소총과 동일한 총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K2C1소총에서만 총열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K2C1의 경우) 덮개 재질의 차이와 더운 여름에 대량으로 사격할 경우에 발생가능한 매우 특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방사청은 “본 건과 관련하여 무기체계 개발 및 양산과정에서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기술변경 등 성능 개선 사안”이라며 “온도 상승의 현상은 품질 및 성능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군 당국은 해당 소총인 K2C1에 대해 지난 9월 1일부로 육군 측 요청에 따라 전력화 중단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총열 덮개 과열 현상으로 인해 9월 1일부로 전력화를 일시 중단 중”이라며 “사용자 불만사항 해소를 위해 국방기술품질원과 기술 검토 및 소요군 의견 수렴을 진행하며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방사청은 아무 문제될 것 없는 정상적인 사안에 대해 육군의 요청으로 전력화를 중단한 뒤 관련 기관과 기술적 문제를 검토하고 일선 부대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방사청은 뒤늦게 전방 손잡이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사청은 “해외의 피카티니 레일 적용 소총의 경우 대부분 손잡이 방식을 적용해 온도상승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방사청은 국방기술품질원 분석 결과와 일선 부대의 사격술 변경 적합성을 포함한 야전운용성 평가 등을 통해 전방 손잡이 또는 총열 덮개용 커버 적용 방안의 적절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문제가 된 K2C1 소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총열부에 전방 손잡이를 하나 더 만드는 게 좋을지, 뜨거워지는 총열의 열기를 막기 위해 커버를 씌우는 게 좋은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총열 부분에 전방 손잡이를 달게 될 경우 우리 군의 사격자세는 총체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고돼 있지 않은 갑작스런 변화에 우리 군은 상당 기간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으로 총열을 감싸 쥐고 오른 어깨로 개머리판을 고정한 뒤 오른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방식으로 사격을 진행한다. 앞으로 전방 손잡이가 생기면 왼손은 전방 손잡이를 잡고 쏴야 한다.

K2C1은 우리 군의 대표 소총인 K2소총의 개량형이다. 군은 올해 K2C1 소총 약 1만8000정을 보급했고 연말까지 4만여정을 추가 보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2와 K2C1은 성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준경, 표적지시기 등의 장비 장착이 쉬워져 사용 편의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방사청은 이 문제가 방산비리 논란으로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방사청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방위사업 비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