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긴축 효과 나타나기 시작”
美 경제 ‘견조’→‘강함’으로 상향
“고물가 화두인 중간선거 의식 지적에
“정치는 아무런 역할 안 해” 반박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시장의 여파를 지켜보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준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는 의견과 물가 안정이라는 책무를 달성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가에서도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탄탄하다는 점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지난달 금리를 인상한 이후 금융 여건이 이미 긴축된 만큼 기존 정책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시행해 온 이 ‘통화정책 처방’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압도적인 다수의 판단”이라며 “앞으로의 기간은 정보가 풍부한 시기다. 세계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동료들과 나는 이를 면밀히 살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정책 조치(금리 인상) 이후 금융 및 신용 여건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과 가계의 여건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긴축됐다”라며 “시장 참가자들은 자본을 배분할 때 어느 정도 더 선별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도 긴축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정책을 어디에 두고 싶은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경제 지표를 보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과 물가 안정이라는 책무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시야를 넓혀 경제와 금융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실물경제 활동은 분명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물가와 경기 상황만 놓고 보면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보다 3.7% 올랐다. 전월 대비로도 0.6%나 올라,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실업률은 4.2%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해 서둘러 긴축을 멈춰야 할 필요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경제 성장세는 이날 워시 의장의 진단대로 강해졌다. 소비지출이 여전히 성장을 이끌고 있고, 성장률을 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연준 역시 이날 성명에서 미국 경제활동이 ‘강한 속도(strong pace)’로 확장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는 지난달 성명에서 사용한 ‘견조한 속도(solid pace)’보다 한층 강화된 표현이다. 연준이 미국 경제의 성장세에 대한 판단을 상향했음을 시사한다.
경기가 높은 금리에도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은 연준에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선택지를 열어준다. 실제로 이날 리사 쿡 연준 이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2명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연준이 숨 고르기를 택하면서, 시장은 올해 마지막 FOMC가 열리는 12월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16∼20일 사이 경제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명 전원이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83%로 반영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12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데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달력에 정해진 특정 날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금리 결정은 고물가가 최대 화두인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이뤄졌다. 추가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의 차입 비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 결정이 더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앞서 브래드 페이 버지니아공대 금융학 교수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경제의 기초 여건을 보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지만, 선거 직전이라는 시점과 정치적 고려로 인해 연준이 기다리는 쪽을 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중간선거가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고려는 이번 결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라며 “동료들과 이틀을 보냈지만 정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정치나 선거, 앞으로 일주일 정도 동안 일어날 일에 관한 언급도 듣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