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선출 ‘1세대 1표’ 관행 개선

곡성 삼태마을 ‘1인 1표’로 규약 개정

농식품부, 성평등 마을 우수사례 확산

농촌마을의 성평등 우수사례 홍보 리플릿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촌마을의 성평등 우수사례 홍보 리플릿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촌 인구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지만 마을을 대표하는 여성 이장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농촌마을에서는 이장을 뽑을 때 주민 개개인이 아닌 가구별로 한 표씩 행사하는 ‘1세대 1표’ 관행이 남아 있다. 정부는 이를 ‘1인 1표’ 방식으로 바꾼 마을의 사례를 확산해 여성농업인의 의사결정 참여를 넓히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농촌마을의 성평등 우수사례를 발굴해 리플릿과 카드뉴스로 제작하고 전국 읍·면 지역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농가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9.8%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 여성 이장 비율은 11.6%에 그쳤다. 도시의 동 지역을 담당하는 통장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6.3%인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의 마을 의사결정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일부 농촌마을의 ‘1세대 1표’ 선출 방식이 꼽힌다. 가구마다 한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방식으로,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8월 농촌지역 의사결정 구조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와 농식품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부처에 표명했다.

실제로 마을규약을 바꿔 주민의 투표권을 보장한 사례도 있다. 전남 곡성군 삼태마을은 마을 의결권을 ‘한 집에 한 표’에서 ‘한 사람당 한 표’로 변경했다. 가구 단위로 행사하던 의결권을 주민 개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제주 제주시 금악리는 부녀회를 중심으로 마을규약을 개정해 위촉직 마을운영위원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다.

제주 성평등마을사업단은 다른 마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조항’을 제안했다. 마을 내 의결권과 선거권은 1인 1표를 기본으로 하고, 위촉직 운영위원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마을 행사에서 성별에 따라 역할을 나누던 관행을 바꾼 곳도 있다. 전남 담양군 청촌마을과 충남 천안시 효계1리에서는 남녀 주민이 음식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사례를 담은 리플릿과 카드뉴스를 지방정부와 농업인단체를 통해 읍·면 단위로 배포할 계획이다. 자료에는 농촌의 성평등 현황과 1인 1표제의 필요성, 여성 이장 선출·활동 사례를 수록했다.

마을의 성평등 수준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농촌특화형 성평등교육 신청방법도 제공한다. 연내에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 영상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농식품부가 ‘제6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2026~2030)’에 따라 추진하는 마을 리더의 성평등한 선출방식 확산 과제의 하나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선출방식을 바꾸기보다 주민들이 마을규약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해’를 맞아 이제는 여성농업인의 실질적인 지위와 대표성이 강화되어야 할 때”라며 “여성 농업인의 목소리가 지역의 의사결정에 충실히 반영되는 성평등한 농촌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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