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산삼보다 귀한 풀이죠”

지난 8일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내리쬐는 충남 서산의 한 농지. 약 30여명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땅을 고르고, 작은 식물들을 심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흔한 텃밭 가꾸기와 다를 바 없는 풍경. 하지만 이들이 심고 있는 식물의 정체를 알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바로 야생에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의 ‘희귀식물’이었던 것. 한때, 우리나라 특정 지역에서 발견됐지만 관상용 등 목적으로 무분별한 채취와 서식지 훼손 등으로 자취를 감춘 식물들이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해당 식물을 키워, 팔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모인 게 아니라는 것. 오로지 대중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멸종위기식물을 보전하고 그 존재를 알리려는 게 목적이었다.

흔히 ‘멸종위기’라고 하면 ‘동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중 식물의 비중은 30%가 넘는 수준.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식물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다른 생물들의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에 해당한다. 문제는 그에 걸맞은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며,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환경재단은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SGI서울보증 임직원 봉사단 ‘SGI 드림파트너스’ 소속 직원 20명이 참여했다. 멸종위기식물의 보전 필요성을 알리고, 실제 식물을 심는 작업에 동참하는 게 취지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들이 심은 식물은 피뿌리풀과 진노랑상사화였다. 두 식물 모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희귀식물이다. 야생에서는 자생지가 제한적이고, 인위적인 훼손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피뿌리풀은 국내에서 주로 제주도 동부 오름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때 제주 지역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됐지만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실제 야생에서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 지난 2023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피뿌리풀의 자생지를 찾아내기 위해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그 결과, 조사를 통해 확인도니 피뿌리풀은 총 3개 지역, 3개체뿐이었다. 문제는 이마저도 자연에서 번식하기 어렵다는 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피뿌리풀이 원래부터 이처럼 귀한 식물은 아니었다. 피뿌리풀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주 동부 지역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됐다. 특히 높은오름과 다랑쉬오름 등 여러 오름에서 자라던 식물이다.

불과 수십 년 사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원인 중 하나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였다. 줄기 끝에 여러 개의 꽃이 모여 피는 모습이 아름다워 관상 가치가 높은 식물로 여겨졌던 것.

이날 심은 또 다른 멸종위기식물인 진노랑상사화 역시 독특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진노랑상사화는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 전라도 지역의 낮은 산지와 계곡 주변에 분포한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특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한 노란색 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꽃이 필 무렵에는 잎을 찾아볼 수 없다. 잎이 자라는 시기에는 꽃이 없고, 잎이 시든 이후에야 꽃이 피기 때문이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특성에서 ‘상사화’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아름다운 외형과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지녔지만, 진노랑상사화 역시 야생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불법 채취나 탐방에 따른 훼손, 야생동물의 섭식 등이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로 늘어나는 ‘집중호우’ 현상도 위협적이다. 습한 계곡 주변의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결국 피뿌리풀과 진노랑상사화 모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인간의 활동과 서식지 변화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야생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식물을 농지에 직접 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멸종위기식물의 보존과 증식에 있다. 이날 식재활동이 진행된 위플랜트는 식물 보전과 산림 복원 등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멸종위기식물을 증식하고 확산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실제 현장에서 만난 김성중 위플랜트 대표는 해당 공간을 “멸종위기식물을 재배하고 보존·증식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져가는 식물의 개체를 보존하고, 이후 증식한 식물을 자연 서식지 복원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멸종위기식물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도 중요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식물은 일상에서 흔히 ‘풀’에 가까운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중에도 개체 수가 극히 적어 보호가 필요한 식물들이 존재한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국내 멸종위기 식물의 종류는 적지 않다. 국립생태원이 공개한 국가보호종 지정현황에 따르면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82종이다. 이 가운데 육상식물은 92종에 달한다. 전체의 약 32.6%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세 종 중 한 종꼴이다.

더욱이 식물의 보전은 단순히 특정 꽃이나 풀을 보호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식물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식물의 종류와 분포가 달라지면 이를 이용하는 곤충과 다른 생물들의 서식 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식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과 그 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를 함께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이날 활동에 참여한 SGI서울보증 임직원들 또한 쉽게 생각하지 않았던 멸종위기 식물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SGI서울보증 성남지점에서 근무하는 박경주 선임(30)은 “식재활동을 처음 해봤는데 위플랜트 직원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어렵다고 생각했던 활동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김성중 위플랜트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8일 충남 서산 소재 위플랜트 식물원에서 김성중 위플랜트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조용범 역삼지점 부지점장(49)은 “거의 1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매번 환경정화 활동을 위주로 하다가, 새로운 활동을 하게 돼 의미 있었다”며 “생물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성중 위플랜트 대표는 “꾸준히 멸종위기 식물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의미 있게 진전이 이뤄진 부분은 크지 않아 아쉬운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문제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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