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앞두고 민주당 양원 장악 가능성 부상

트럼프 “거부권 반복하면 의회가 협상하러 올 것”

거부권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필요

여야 초당적 법안까지 거부하며 의회 충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대통령 전용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대통령 전용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에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이 연방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기로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장악력을 되찾을 경우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하고, 거부하고, 또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찾아와 ‘이걸 어떻게 성사시킬 수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렇게 협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확보해 입법권을 장악하더라도 백악관의 동의 없이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 중간선거 판세에서는 민주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탈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양원을 모두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는 의회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거부권이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상원과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대통령에게 제출되며,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반대 이유를 첨부해 의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원 전원이 출석할 경우 하원 435명 중 290명, 상원 100명 중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양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공화당 의원들의 대규모 이탈 없이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어렵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집권 2기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며 의회에 대한 견제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여야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 통과된 ‘아칸소 밸리 송수관(AVC) 완공법안’과 ‘미커수키 보호구역 수정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정치적 반대자들을 겨냥한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두 법안 모두 하원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이 유지됐다.

지난 7월에는 상·하원을 초당적으로 통과한 ‘21세기 주택 공급 확대 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법안이 대통령에게 송부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법률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실제로 거부권을 전면적으로 활용할 경우 백악관과 의회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까지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입법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주요 정책을 추진하려면 백악관과 협상해야 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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