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7만명 투입에 대규모 약탈 재발 막아
파리·리옹 등 주요 도시서 산발적 충돌 지속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상점 약탈로 128명 체포
31일 추가 시위·내달 5일 총파업 예고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에 약 4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 정부가 경찰 7만명과 장갑차, 헬기까지 동원하면서 지난주와 같은 대규모 약탈과 폭력 사태는 피했지만,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1300명이 체포됐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시위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고물가 항의 시위에는 약 40만명이 참가했다. 지난 17일 55만여명이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줄었지만, 수도 파리에서만 약 11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를 주도한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은 전국 참가자를 정부 집계의 두 배인 8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주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폭력 사태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집회다. 당시 시위가 상점 약탈과 공공시설 파손으로 번지면서 프랑스 정부의 치안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프랑스 정부는 폭력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대테러 특수부대를 포함한 보안 인력 약 7만명을 전국에 배치했다. 헬기와 장갑차까지 투입하고 일부 지역에는 시위 제한령을 내렸다.
대규모 공권력 투입으로 지난주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 사태는 재연되지 않았다. 다만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 툴루즈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 막바지 일부 참가자와 경찰이 충돌했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시위대 일부가 경찰을 향해 폭죽을 발사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에 나섰다. 프랑스 전역에서 체포된 인원은 약 1300명에 달했다.
로랑 뉘녜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번 충돌의 책임을 극좌 세력에 돌렸다. 그는 “이들이 봉기를 시작하고 끝내려 했다”고 비판하면서도 대규모 경찰력 배치 덕분에 지난주와 같은 상점 약탈과 건물 파손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 여파로 파리 도심의 일상도 차질을 빚었다. 주요 지하철역이 폐쇄되고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 유명 관광시설이 하루 동안 문을 닫았다. 파리 생제르맹과 올랭피크 리옹의 축구 경기도 연기됐다.
명품 매장부터 식료품점까지 상점들은 유리창을 나무판으로 가리고 진열대의 상품을 치우는 등 약탈 가능성에 대비했다.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일단 대규모 폭력 사태는 진정됐지만 시위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번 집회를 ‘2막’(Act II)으로 명명한 시위 주최 측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적인 시위의 도화선이 된 프랑스 고등학생 단체 ‘르누보 리세앵’은 오는 26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들은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요 노동조합들은 다음 달 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CGT는 정부와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시위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폭력 시위를 주도했던 ‘노란 조끼’ 운동 측도 오는 31일 추가 집회를 예고했다. ‘3막’(Act III)으로 이름 붙인 이번 집회는 연좌 농성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파리 시민들에게 프랑스 하원 인근으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각 시청 앞으로 모여달라고 촉구했다.
프랑스에서 촉발된 시위는 유럽 다른 국가로도 번지고 있다. 고물가와 교육 환경 악화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벨기에, 알바니아에서도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시위대 일부가 도심 카탈루냐 광장 주변에서 쓰레기 수거함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했다.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충돌도 벌어졌다.
현지 경찰은 공공재산 훼손과 약탈 등의 혐의로 128명을 체포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31일 추가 시위와 다음 달 5일 총파업을 앞두고 경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규모 약탈은 막았지만 시위가 장기화하고 주변국으로 확산하면서 유럽 각국의 치안 당국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