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거부에 매출 연동 방식 과징금必
국내 기업 과징금 부과율이 오히려 높아
한화 조사정보 유출 의혹 내부감찰 진행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쿠팡의 공정위 현장조사 거부와 관련해 “쿠팡은 더 이상 경량급이 아니고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헤비급 기업”이라며 “헤비급 선수가 시장력을 행사하면 경제적 약자, 소상공인들에게는 흉기와 같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날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 체급에 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 위원장은 “그런 행위가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 공정위의 책무이고 그런 감시의 출발점이 공정위의 행정조사”라며 “조사 방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심사보고서를 송부했고 현재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는 “우리나라 공정위 관련 법들이 후진국적인 법을 가지고 있다”며 “선진국 표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공정거래법 같은 경우는 조사 방해에 대해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돼 있고 형사적 제재도 가능하다”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돼야 하고 자료 제출 명령에 대해 제출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업자는 공정위의 행정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는 행정적 조사권만 가지고서도 법 집행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거부할 때는 과징금이 솜방망이가 아니고 전체 매출의 예를 들자면 1%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끔 조사권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법 집행을 하는 데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자국 기업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공정위의 법 집행은 국가를 차별하지 않는다”며 “모든 국가 기업들에게 비차별적으로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과거 제재한 것들을 보면서 과징금 부과율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국내 기업의 과징금 부과율이 더 높다”며 “해외 기업의 과징금 액수가 높은 것은 우리가 제재하는 해외 기업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이 어마어마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에 대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조사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일부 조사 방해 정황을 인지했다”며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 유출이 개인의 일탈인지에 대해서는 “그것은 확인이 안 됐고 지금 감찰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률이 높아 무리한 제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집행정지 인용 결정은 공정위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이 아니다”라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집행정지 인용의 취지”라고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가 조사와 심판을 모두 담당하고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이 2심제로 운영되는 구조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우리와 동일한 방식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심판과 조사 두 조직은 엄격하게 분리돼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 절차를 지나치게 길게 끌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제적 약자에게 큰 고통이 된다”며 “1심을 더 추가해 1~2년이 더 늘어나게 되면 중소기업 경영에도 막대한 지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출범한 중점조사기획단의 첫 조사 대상으로 식품업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선 “식품은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관계된 부분”이라며 “우리나라는 식품뿐만 아니라 많은 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부문들이 독과점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시급하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이번 조사 같은 것들이 국민 생활 밀접 부문의 다른 생산자들에게 주는 하나의 경각심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합 제재와 관련해서는 “담합을 해서 어마어마한 부당이익을 얻어도 법 집행을 통한 제재가 부당이익에도 못 미치는 경우들이 지금까지 많았기 때문에 이런 담합이 반복된다”며 “밀가루나 설탕 담합에서 보셨듯이 과징금 수준을 부당이익을 충분히 상회하는 수준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법령 하에서는 중대한 담합임에도 불구하고 과징금을 0.5%까지 내릴 수 있게 돼 있었다”며 “고시 개정을 통해 중대한 담합은 0.5%가 하한이 아니고 적어도 10%는 돼야 한다고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별도의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온라인 플랫폼 경제의 비중이 크다”며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이 일본의 2배이고 영국과 독일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경제의 특성에 맞게 규제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그러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고 법 제정이 필요하고 온라인 플랫폼법이라든지 배달앱 특별법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플랫폼 규제가 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에는 “경쟁법은 경제적 강자인 큰 기업이 과도한 시장력을 행사해서 다른 기업의 혁신적 노력을 방해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플랫폼 간의 경쟁을 활성화해 더 혁신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올리는 게 아니라 기존에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30%로 감면해 준 것”이라며 “상장회사일수록 훨씬 더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감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책임하에서 다른 사람 돈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책임 있는 투자를 하라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이고 이렇게 되면 중복 상장의 인센티브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