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회기 원룸 월세 전년 대비 10만원↑
소형 오피스텔 평균 월세 81만원
“임대인 세 부담이 결국 월세 전가”
“군대 가기 전에는 월세 50만원이던 방이 복학하고 보니 70만원이 돼 있는 거예요. 요즘 60만원이면 착한 집주인이라고 봐야죠. 가끔 터무니없이 월세를 올리는 집주인들을 보면 ‘말이 되나?’ 싶을 때도 있어요.”
[헤럴드경제=윤승현·윤성현 기자]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80만원 가까운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주거비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졸업과 입학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는 겨울방학에는 월세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에서는 빌라(연립·다세대) 원룸 월세가 지난해보다 최소 5만원씩은 올랐다는 설명이 나왔다. 동대문구 제기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일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이 일반적이고, 관리비는 7만~10만원 수준”이라며 “월세 50만원으로는 반지하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희대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이 밀집한 회기역 일대 월세도 지난해보다 5만~10만원 오른 보증금 500만~1000만원, 월세 60만~70만원 선으로 형성됐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예전에는 40만~50만원 받던 방을 70만~80만원까지도 부르지만, 월세로 나오는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계약이 이뤄진다”며 “월세 40만원짜리 방도 있지만 낡고 바퀴벌레가 나오는 등 시설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대학가 100만원 이상 오피스텔 계약도 1년 만에 43% 증가
월세 상승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소형(40㎡ 이하)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월세는 지난해 9월 63만3000원에서 올해 9월 68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소형 오피스텔 평균 월세도 77만5000원에서 81만2000원으로 상승했다.
대학가 인근에서 오피스텔 고액 월세 계약 건수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세대·이화여대 등이 인접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올해 1~9월 체결된 월세 100만원 이상 오피스텔 계약은 2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0건)보다 42.9% 증가했다.
높아진 월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은 커졌다. 회기동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학생과 부모님들은 월세 50만~60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오지만, 막상 그 가격대 방을 보면 만족하지 못한다”며 “결국 더 비싸더라도 자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방을 계약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자취를 시작한 한국외대 신입생 이모(21) 씨도 5평 원룸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을 내고 있다. 이씨는 “입학 전 부모님과 함께 방을 보러 다녔는데,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가격을 보니 부담스러웠다”며 “부모님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취업 후에도 주거비 무서워 학교 근처 “재학 때보다 월세 1.5배”
대학가에서 오랜 기간 자취해 온 청년들은 주거비 상승폭을 더욱 크게 실감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한모(26) 씨는 “2021년 보문역 인근에 처음 방을 구한 뒤 월세 인상 없이 거주했는데, 지난해 11월 이사를 알아보니 월세가 50% 올라 있었다”며 “최저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주거비 부담만 커져 막막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현재 보증금 2000만원, 월세 90만원 투룸에서 지내고 있다. 이전보다 월세가 30만원 올랐지만 오히려 집 상태는 나빠졌다. 그는 “직장 근처 월세는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 같은 동네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며 “길 건너로 이사했을 뿐인데 예전보다 컨디션이 안 좋은 집에 1.5배 월세를 내며 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것도 발품을 열심히 팔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졸업유예생 김모(25) 씨 역시 2022년 여름 보증금 500만원·월세 48만원에 자취를 시작했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온 2024년에는 비슷한 크기의 방을 보증금 1000만원·월세 55만원에 구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며 “취업하고 이사할 때 주거비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올해 겨울 월세 더 오를 것…세 부담 전가도 있어
일부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높여 반전세 형태로 전환해 매물을 내놓기도 했다. 고려대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과거에는 보증금 500만~1000만원짜리 월세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2000만~4000만원까지 받는 경우가 나타났다”며 “대학가는 원래 보증금이 저렴한데, 체감상 그런 일반적인 월세 비중이 20%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현장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임대사업자의 세금 부담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가 ‘욕 나올 정도로 많이 나온다’고 호소하는데, 이런 비용이 결국 월세에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겨울방학에는 월세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이 나왔다. 대학가는 졸업과 입학, 유학생 이동이 겹치는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계약이 집중된다.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번 겨울에도 월세가 5% 정도 더 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요즘 집주인들도 물가가 올랐는데 월세를 더 받아도 괜찮을지 물어보곤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월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반의 전월세 시장 강세와 물가 상승, 집주인의 세금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임대인이 늘어난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월세가 쉽게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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