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 합리화 방안’ 발표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정부가 첨단재생의료 활성화를 위해 자가면역세포 치료 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했던 선행 연구를 면제하는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무릎골관절염, 만성통증 등 환자 수요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의 줄기세포치료 임상 연구도 추진한다.
바이오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환자들이 면역·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해외 원정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도 손쉽게 치료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자가면역세포 치료 ‘저위험’으로 조정…신속 치료 기대
보건복지부는 23일 ‘바이오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 합리화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앞으로 자가면역세포 치료가 환자에게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했다. 그동안 환자 본인의 혈액 등에서 추출·배양한 자가면역세포 치료는 법상 ‘중위험’ 치료로 분류돼 왔다.
이에 현장에서 환자에게 직접 치료를 제공하려면 2∼3년이 소요되는 선행 임상 연구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세포치료를 받으려는 암 환자들이 국내에서 수년간 대기하거나 자가면역세포 배양 치료가 가능한 일본 등으로 원정을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기존에 중위험으로 분류됐던 자가면역세포 치료 위험도를 ‘저위험’으로 조정한다.
저위험으로 분류되면 선행 임상 연구 없이 문헌자료만으로 첨단재생바이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즉시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로 환자의 해외 원정 부담을 해소하고 신속한 치료 기회를 보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또 앞으로는 원료 세포를 직접 채취하지 않고 제대혈 은행 등에서 보관 중인 세포를 공급받아 연구와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규정상 세포 임상 연구나 치료를 위해서는 세포 처리 시설에서 원료 세포를 처음부터 직접 채취해야 한다. 타 기관에 제대혈이나 배아줄기세포 등 자원이 있더라도 활용할 수 없어 원료 수급과 연구에 제한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직접 제대혈을 채취하지 않고도 타 기관에서 보관 중인 원료 세포를 제공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줄기세포 치료를 활성화하고, 첨단재생의료 심의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 국민적 수요가 높고 해외 원정 빈도가 많은 무릎골관절염, 만성통증 등에 관한 임상 연구를 직접 주도하기로 했다. 향후 2년간 330명 규모의 정부 주도 임상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첨단재생의료 연구·치료 안건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앞으로는 위험도에 따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단일’ 심의위원회가 일괄 심의했지만 앞으로는 고위험과 중·저위험 등 두 개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동일·반복 치료계획에 대해서는 신속 심의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심의 제외해 의료데이터 ‘활용’ 활성화
의료데이터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도 대폭 푼다.
정부는 안전하게 가명 처리된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은 가명 처리된 의료데이터라도 연구 전에 IRB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서류 작업 등으로 연구 착수가 지연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연구자가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처리된 의료데이터는 IRB 심의 없이 연구할 수 있게 된다. 행정 부담은 덜고 연구 기간도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한번 수집된 의료데이터를 새로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연다.
기존에는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의료데이터를 2차 활용하려면 연구 대상자의 사전동의가 필요했다. 임상에서 구축된 정보가 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때마다 대상자 재모집과 재동의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
이에 정부는 연구 대상자의 포괄 동의 절차 등을 도입해 의료데이터를 2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의료데이터 가명 처리 기준이 기관마다 다르지 않도록 ‘국가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데이터를 원격으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이유로 연구자가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에 직접 방문해야만 분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구자가 외부에서도 안전하게 데이터에 접속·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활용한 원격 분석환경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방 등에 거주하는 연구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을 매번 찾지 않아도 돼 연구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첨단재생의료 치료의 문턱을 낮춰 국민에게 신속한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 의료데이터가 첨단 바이오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규제 수준을 재설계한 것”이라며 “규제 합리화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 관리와 오남용 방지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th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