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특별전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
임직순 작고 30주기 최대 규모 전시
미완성 유작 ‘팜트리’ 등 100여 점 소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화가는 겉모양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대상이 아무 뜻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화가는 내용에 접근하기 마련이다. 화필을 들면 여자와 꽃은 그 형태를 떠나 정열과 고뇌와 사랑으로 다가온다.”
올해 작고 30주기를 맞은 임직순(1921~1996)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망라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미술관은 임직순 특별전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를 내년 2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임직순의 작고 30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로, 그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 예술가가 구축해 온 작품 세계를 폭넓게 살펴본다.특히 10년간 신장병으로 투병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미완성 유작이 최초로 공개된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알려진 임직순은 화실이나 서재에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인물화와 꽃을 그린 정물화를 다수 남겼다. ‘여인좌상’(1978), ‘장미’(1981) 등은 오전에는 화실에서 여성 모델을 바라보며 인물화를 그리고, 오후에는 꽃을 꽃병에 꽂아 정물화를 그리던 성실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임직순은 인물과 정물에만 머물지 않고 풍경화 역시 평생에 걸쳐 탐구했다. 그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보다 직접 자연을 마주하며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데 중점을 뒀다. ‘산의 정경’(1991)이나 ‘만추’(1994)는 그가 풍경을 자신만의 색과 붓질로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보여준다.
여인과 꽃, 산과 바다처럼 익숙한 대상을 그렸지만,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눈에 보이는 대상 너머에 깃든 생명의 힘과 아름다움,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었다.
1000점이 넘는 방대한 스케치는 임직순의 성실함을 나타내는 자료다. 대상이 작가의 시선을 거쳐 어떻게 회화로 변모했는지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6년 작고 직전까지 임직순은 맞닿아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반복적으로 그리며 다양한 스케치를 남겼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 구도와 색채, 매체로 집요하게 탐구하며 자신이 원하는 화면을 찾아갔다.
장례를 마친 뒤 유족들은 작가가 마지막까지 그림을 그리던 작업실에서 미완성 작품을 발견한다. 작고 1년 전 미국에서 마주한 이국적인 풍경을 담으려 했던 ‘팜트리’(1996)다. 끝내 완성되지 못한 화면에는 작가의 마지막 숨결과 예술에 대한 집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직접 사용했던 붓과 팔레트, 물감, 이젤 등 화구를 비롯해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편지,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순간이 기록된 기사와 삽화, 표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품과 기록도 선보인다. 화가로서의 임직순뿐 아니라 인간 임직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빛의 만남에 따라 수없이 변화하는 색깔을 추구하는 것이 오랜 나의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색채 자체에 변화하지 않는 영원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이 보여주는 어느 순간의 색이 아니라 본질적인 색깔을 갖고 싶다”던 임직순은 자신만의 색으로 빛나는 작품을 통해 여전히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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