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 4곳 품고 수직 확장 중
승강기 관리물량 2년만에 5배로
반도체 소부장도 플랫폼 투자 모색
2호 블라인드펀드 2년만에 4배 ↑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PE)의 지난 1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일관성’이다. 시장 환경은 끊임없이 변했지만 투자 문법은 흔들리지 않았다. 폐기물 시장에서 검증한 플랫폼 투자 전략을 주택관리와 승강기 유지·보수 시장으로 넓혔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뚝심 있는 행보에 출자자(LP)들도 신뢰로 답했다. 2024년 2000억원 규모로 출발한 블라인드펀드는 2년 만에 4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폐기물 이어 주택관리도 ‘플랫폼’으로=제네시스PE는 동종 업체를 잇달아 인수 통합하는 롤업(Roll-up) 전략을 펼칠 산업군으로 ‘주택관리’ 시장을 낙점했다. 운용사는 앞서 자이S&D 홈서비스 사업본부(현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와 AJ대원(현 대원에스테이트서비스)를 인수했다. 올해는 푸른종합주택관리와 광인토탈관리를 추가로 품었다.
롤업 전략은 규모의 경제 달성과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소규모 기업을 다수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뜻한다. 핵심은 ‘완벽한 통합’에 있다. 때문에 제네시스PE는 롤업 전략을 펼칠 산업을 ‘선별’하는데 공을 들인다. ▷파편화한 시장 ▷꾸준한 현금흐름 ▷성장 전망이라는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투자를 개시한다.
운용사는 2020년 KJ환경을 시작으로 수도권 폐기물·재활용 기업 10여곳을 인수해 국내 최대 규모 폐기물 밸류체인을 완성했고 2024년 EQT파트너스에 약 1조원에 매각했다.
제네시스PE가 기회를 포착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주택관리’다. 일단 아파트가 생기면 관리 수요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리비를 걷고 시설을 점검하는 것부터 경비·미화·주차, 각종 시설 유지·보수에 보안까지 수많은 업무가 수반된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조성 수요도 높다. 요구되는 서비스의 종류와 수준에 비해 개별 업체는 영세하다.
투자 개시 이후는 ‘속도전’이다. 제네시스PE는 1년 만에 4개 주택관리 업체를 M&A한데 이어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기로 했다. 8월 SK쉴더스 산하 물리보안 및 시설관리 업체 ‘캡스텍’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기존에는 같은 주택관리업체를 사들이는 ‘수평적’ 확장에 집중했다면 캡스텍 인수는 경비·보안 등 주택관리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로 더하는 ‘수직적’ 확장이다.
▶코인베펀드 조성…자이엘리베이터 ‘롤업’ 앞두고 실탄 장전=2024년 인수한 자이엘리베이터에서도 같은 작업이 한창이다. 제네시스PE는 승강기 제조·설치보다 이후 발생하는 ‘유지·보수’ 시장에 주목한다. 기존 대형 승강기 제조사는 자사 제품을 설치한 뒤 유지·보수 계약까지 이어가며 오랜 기간 관리 물량을 쌓았다.
신규 설치를 통해 격차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대신 제네시스PE는 영세한 유지·보수 업체를 연달아 인수해 관리 물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4년 3000대였던 관리 물량은 올해 약1만5000대로 2년 만에 5배로 늘었다. 제네시스PE의 실행력이 돋보이는 수치다. 2027년까지 5만대 이상을 확보해 국내 승강기 유지·보수 시장에서 점유율 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자이엘리베이터를 대형 승강기 유지·관리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추가 실탄도 마련한다. 제네시스PE는 약 1000억원 규모의 코인베스트먼트(Co-investment) 펀드를 조성해 추가 M&A에 투입할 계획이다. 코인베스트먼트펀드는 운용사가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투자한 특정 포트폴리오 기업에 기관투자자(LP)들이 별도의 자금을 함께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를 말한다. 기존에는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6월 인수한 SGC에너지의 QT사업부(현 쿼츠테크놀로지)도 새로운 롤업 후보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과정에 쓰이는 석영 도가니(고순도 석영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석영 도가니 생산기업 대부분이 일본에 있다보니 국내 기업들도 일본 업체 의존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제네시스PE는 국내 석영 도가니 수요 흡수를 노리고 있다. 외부 고객 확보와 생산·품질관리 체계 고도화를 통해 기반을 닦고 장기적으로는 관련 소재·부품·장비업체를 추가 인수해 붙이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폐기물과 주택관리, 승강기 유지·보수에 이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서도 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제네시스PE의 일관성 있는 행보에 시장이 응답했다.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을 꿰뚫어보는 정교한 전략에 출자자들이 줄섰다. 제네시스PE는 11월 2호 블라인드펀드의 파이널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당초 6000억원을 목표로 펀드 레이징을 시작했지만 현재 약정액은 8000억원에 육박한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