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성과 중심 평가·위험분담 체계 마련
“생산성·고용·기술혁신 등 성과 관리 중요”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정부가 향후 5년간 156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 장기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투자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는 ‘자본의 물길을 바꾸다: 생산적 금융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생산적 금융의 추진 현황과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생산적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금융회사와 정책당국의 과제를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권의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민간금융 628조원, 정책금융 932조원 등 총 1560조원 규모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증권·보험사들은 전담조직 신설,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투자·융자 프로그램 마련 등을 통해 생산적 금융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0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와 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정KPMG는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감소하고 잠재성장률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등 기존 자산에 집중된 자금 흐름을 혁신산업과 성장기업으로 전환하고 혁신을 촉진할 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주도의 자금 공급이 특정 전략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될 것을 우려했다.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out Effect)가 발생하거나 산업 간 자금 쏠림, 과잉·중복투자, 기업가치 평가의 왜곡 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적 금융은 투자 회수기간이 길고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이다. 단순한 자금 공급액보다 생산성 향상, 고용 창출, 기술혁신, 민간자본 유인 등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는 장기 성과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혁신기업과 신산업은 담보가 부족하고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 기존 대출에 비해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위험분담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사업모델·현금흐름·성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심사 역량과 투자 이후 성과를 관리하는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서는 민간 장기자금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NISA) 도입과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가계 저축의 투자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사가 상업성을 기반으로 전략 산업의 자금을 공급한다. 영국은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이 장기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가운데 금융업계 스스로 생산적 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외사례를 통해 생산적 금융의 성패가 민간 장기자금이 혁신기업의 위험을 평가하고 부담할 수 있는 투자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정책금융을 민간투자의 마중물로 활용하되 초기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는 민간 주도의 투자 생태계로 전환되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금융회사 차원에서는 지분투자, 벤처펀드, 정책금융 연계 등 금융수단을 다변화하고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KPI와 면책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삼정KPMG 금융산업 리더 김민규 부대표는 “한국형 생산적 금융은 정부 주도의 자금 공급에서 민간 중심의 자생적 금융 생태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장기 위험 평가 → 혁신기업 발굴 → 성장·스케일업 지원 → 투자금 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정KPMG의 최근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은 9056억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9억원을 기록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