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아직 개별기업 중심이다. 기업이 다국적화하면서 하나의 대형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자주 놓친다.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한 산업에서 형성한 생태계로 경쟁한다는 사실을 뼛속에 새길만 하다. 이 때 인식전환, 사고전환, 행동전환이 일어나기 때문.
글로벌 기업의 경영은 이제 ‘생태계 전략’으로 수행돼야 한다. 그 기업이 속한 산업생태계는 소부장, 완제품 생산, 물류와 판매에 이르는 업종별 복수의 공급망을 형성한다. 전 공급망에 걸친 ‘프로세스 최적화’가 곧 경쟁력이 된다.
그 최적화 노력이 성과를 얻으면 경쟁우위가 확보되며, 시간의 축적으로 초격차를 형성한다. 대체불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초격차는 기술우위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란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단, 생태계 내 공급망들은 원활해야 한다.
원재료·부품에서 완제품 조립, 판매에 이르기까지 몇몇 대기업을 축으로 한 공급망들은 많은 협력사를 필요로 한다. 상호이익이란 가치를 매개로 촘촘히 연결된 사슬이 형성된다. 대기업이 수직통합과 내재화 전략에 집중하더라도 협력기업들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생태계는 건강성을 잃으면 깨진다’는 자연법칙은 이 세계에도 들어맞는다. 굳건한 생태계적 인식, 유대가 요구된다.
이 지점에서 강한 유대의 유지, 공급망의 차질 및 붕괴를 막기 위한 상생협력이 핵심 요소로 부상한다. 국제 교역질서가 혼란해진 지금 공급망 불안은 상시적 위험이다. 나만 잘 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
상생협력은 제품의 공급이 아닌 가치의 공급, 가치의 교환이 핵심 고리다. 이 가치는 화폐 뿐 아니라 친밀성, 신뢰, 지지 같은 여러 무형의 요소를 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단단해진 관계구조를 형성한다. 이것이 유대다. 그러나 이 관계망의 성질은 연약한 것이어서 상호 배려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협력사의 어려움을 공유하지 않고 방치하면 공급망과 생태계가 순식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같다.
최근 한 반도체 대기업이 협력사들의 실패율 높은 초기R&D 비용을 50%까지 보전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패여부와 관계 없이 비용을 사후 정산해주겠다고 해 주목받았다. 유대의 고리를 더 견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은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상위 경영전략’에 해당한다. 이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건한 산업생태계를 지켜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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