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갸날 제정 100주년…러너 1만3000명·운영진 2000명
외국인부터 가족 나들이객까지 세종으로
김창열 5.15㎞ 완주·션 내년 참가 의사…블랙이글스 축하비행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한글날인 9일 오전 세종중앙공원에는 운동복을 입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이 출발을 준비했고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은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러너들은 저마다 다른 목표를 안고 출발선에 섰다. 가갸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열린 ‘2026 한글런(Run)’ 현장이다.
올해 한글런에는 러닝 참가자 1만3000명과 운영진 등 2000명을 합쳐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달리기에 참가하지 않은 가족 나들이객과 일반 관람객까지 포함하면 현장에 모인 인파는 2만명에 달했다. 세종중앙공원 일대는 한글날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헤럴드미디어그룹과 세종특별자치시가 공동 개최한 한글런은 올해로 3회째다. 2024년 7000명 규모로 시작한 대회는 해마다 규모를 키우며 전국의 러너들이 찾는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가갸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더해졌다.
참가자들은 10.9㎞와 5.15㎞ 두 코스로 나뉘어 달렸다. 세종중앙공원을 출발해 이응다리와 국립세종수목원 일원 등을 지나는 코스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체력과 목표에 맞춰 거리를 선택했다. 기록에 도전하는 러너부터 가족·친구와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참가자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세종 조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원진(35) 씨에게 한글런은 꾸준히 이어온 운동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3㎞도 못 뛰었는데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5㎞, 10㎞를 뛰게 됐다”며 “세종에서 열리는 한글런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30대 직장인도 세종의 달리기 코스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보며 달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며 “남녀노소가 함께 달리고 서로 응원하는 모습에서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한글날 축제에 함께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20~40대 참가자들이 세종을 찾아 달리기를 즐겼다. 국적과 언어는 달랐지만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함께하며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달리기에 참가하지 않은 가족들도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정지원(8) 어린이는 한글런에 출전한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어머니, 동생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직접 달리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체험 부스를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참가자를 응원하거나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대회의 주제는 ‘ᄉᆞᄆᆞᆾ다-한글, 사람에 닿다’였다. 서로의 마음이 깊이 통하고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입는 티셔츠에 세종대왕이 지은 ‘월인천강지곡’의 글씨체를 활용했다. 600여년 전 한글의 모습을 현대적인 러닝 의류에 담아 한글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도록 했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7000명 규모로 시작한 한글런이 2만여명이 함께하는 축제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한글의 가치를 세계와 미래 세대에 전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한글런은 전국에서 모여 즐기는 세종의 대표 문화·스포츠 축제가 됐다”며 “무리하지 말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건강하게 완주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시민들과 함께했다. 가수 김창열은 오프닝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5.15㎞ 코스에 직접 참가해 완주했다.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코스를 달렸다.
김창열은 “한글날 100주년에 이렇게 뛰게 돼 자랑스럽다”며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참가자들과 소통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리기는 계속 자신에게 도전하는 일”이라며 “겁먹지 말고 도전하되 다치지 않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그우먼 김혜선은 출발 전 스트레칭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의 몸풀기를 도왔다. 김혜선은 “여러 마라톤 행사에 가봤지만 이렇게 많은 분이 참여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뜻깊은 날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고 제가 제일 즐거웠다”고 말했다.
가수 션은 한글런이 가족과 함께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가족들이 함께 뛰면서 아이들에게 세종대왕과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여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첫 대회부터 한글런과 인연을 이어온 션은 내년에도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다만 해외 일정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그는 달리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건강하고 즐거운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걸그룹 앳하트도 축하무대에 올랐다. 리더를 중심으로 인터뷰에 응한 멤버들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함께한 점에 주목했다. 앳하트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많이 와주셨다”며 “글로벌 그룹인 만큼 한글날을 더 많이 알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그룹이 되겠다”고 밝혔다.
서도밴드는 참가자들과 함께 강강술래를 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달리기를 마친 뒤에도 행사장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한글 상품박람회에서는 한글을 활용한 생활용품과 공예품, 캐릭터 상품이 소개됐다. ‘한글라’ 부스에는 한글 자음 형태를 활용한 수저와 젓가락이 진열됐고, ‘여민향’은 한글향과 무궁화향 등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향 제품을 선보였다.
어린이들의 관심은 체험 프로그램에 쏠렸다. ‘추억의 한글 달고나&한글 룰렛’ 부스에서는 아이들이 룰렛 앞에 모였다. 한글 키캡과 열쇠고리, 자개 호루라기, 석고 방향제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마련됐다.
세종시 캐릭터 ‘97년생 충녕이’를 활용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찾아가는 한글상점’도 운영됐다. 캐릭터 인형탈과 기념사진을 찍는 ‘충녕 탈 쓰고 찰칵!’ 부스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한글날의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러닝 전문 브랜드 뉴런은 러닝워치를 소개했다. 스포츠용품부터 한글문화 상품,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까지 한 공간에 어우러지면서 행사장은 달리기 대회를 넘어 온 가족이 즐기는 축제의 모습을 보여줬다.
행사의 마지막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축하비행이었다. 항공기들이 세종의 가을 하늘에 붉은색과 푸른색 비행운을 그리자 참가자들과 관람객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한 참가자는 “에어쇼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피날레였다”고 말했다.
행사 규모가 커진 만큼 운영 개선을 바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참가자는 인증사진 촬영을 위한 대기시간이 길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진을 찍으려고 한 시간씩 기다렸는데 결국 찍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며 QR코드나 자동 인식 방식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동식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한글런은 가갸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한글을 기념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한글의 역사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세종의 명소를 달렸다. 아이들은 한글을 소재로 한 놀이를 즐겼고, 가족과 외국인 참가자들도 한글날을 함께 기념했다.
2024년 약 7000명 규모로 출발한 한글런은 올해 가족 관람객까지 2만여명이 모이는 축제로 성장했다. 이날 세종중앙공원에서 한글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었다. 함께 달리고, 응원하고, 문화를 체험하며 한글의 의미를 나누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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