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모델 20% 줄이고 D·E세그먼트 확대
관리직 40% 축소·9000개 일자리 감축
최상위 모델 평균 판매가격 20% 인상 목표
장기 영업이익률 15%·순현금흐름률 12%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포르쉐가 인력과 차종, 개발·생산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9000개 일자리를 감축하고 파생모델 종류는 약 20% 줄인다. 개발비와 판매·유통비도 최대 20% 낮춰 판매량이 연간 20만대 아래로 떨어져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포르쉐 AG는 독일 바이작 개발센터에서 열린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 2035년을 향한 중장기 전략인 ‘스포츠바겐슈미데 35’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가장 먼저 손대는 곳은 비용과 조직이다. 앞으로 개발하는 모델의 개발비를 최대 20% 줄이고 생산부문 인건비는 중기적으로 최대 30% 절감한다. 판매·유통 비용도 20% 낮추고 신규 차량 프로젝트의 재료비는 기존 계획보다 약 10% 줄일 방침이다.
조직 규모도 축소한다. 관리직 직책은 중기적으로 40% 줄이고 직접·간접 부문을 합친 전체 인력은 25% 감축한다. 장기적으로는 30% 축소까지 목표로 잡았다.
노사가 합의한 ‘퓨처 패키지’를 통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9000개 일자리를 줄인다. 대신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2035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포르쉐는 이 같은 조치로 인건비를 약 1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구성도 단순하게 만든다. 현재 운영하는 파생모델 종류를 중기적으로 약 20% 줄여 개발과 생산의 복잡성을 낮춘다. 대신 살아남는 모델에 판매를 집중해 모델당 판매량을 약 30% 늘린다는 계산이다.
비핵심 사업 정리도 병행한다. 포르쉐는 리막과 부가티 리막 지분을 매각하고 컨설팅 자회사 MHP 매각 계약도 체결했다. 셀포스 그룹과 포르쉐 e바이크 퍼포먼스, 세티텍의 개발·생산 활동도 종료할 계획이다. 포르쉐 엔지니어링과 포르쉐 디지털은 ‘포르쉐 테크놀로지스’로 통합한다.
포르쉐가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압박이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인도량은 12만2306대로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특히 최대 고민거리인 중국 판매는 1만4501대로 32%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172억3000만유로로 5.1% 줄었다.
수익성도 과거와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3억5000만유로를 기록했지만 포르쉐가 제시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은 5.5~7.5%다. 장기 목표로 내건 15%와 비교하면 수익성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판매대수가 줄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바꾸겠다는 게 포르쉐의 판단이다. 이번 전략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연간 판매량 20만대 미만으로 낮추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이클 라이터스 포르쉐 AG 이사회 회장은 “모든 모델 라인에 걸쳐 포르쉐 고유의 스포츠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특히, 수익성이 높은 세그먼트에서 선망성을 지닌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략은 세 단계에 걸쳐 포르쉐의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미 주요 과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는 비용 절감과 재무 건전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을 줄이는 대신 차량 한 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높인다. 새 전략의 기본 원칙은 판매량보다 가치를 우선하는 ‘가치 중심 성장’이다. 판매대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고가·고수익 차량과 옵션, 맞춤 제작 상품을 확대한다.
판매 무게중심은 수익성이 높은 D·E세그먼트로 옮긴다. 중형 이상 고급차가 속하는 상위 차급을 뜻한다. 포르쉐는 중기적으로 이들 차급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약 45% 확대할 계획이다.
고급 사양과 상위 모델도 늘려 최상위 모델의 평균 판매가격을 중기적으로 현재보다 약 20% 높인다. 고객 요구에 맞춰 차량을 제작하는 ‘존더분쉬’ 프로그램 매출은 현재의 6배 수준까지 키울 방침이다.
퍼포먼스 사업도 강화한다. 만타이 레이싱 지분을 67%까지 확대하고 퍼포먼스 키트와 트랙 체험에서 한정 생산 차량 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
신차도 고수익 모델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포르쉐는 911 상위 차종에 활용할 수 있는 미드 엔진 슈퍼 스포츠카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 카이엔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SUV의 개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브랜드를 대표할 신제품을 매년 최소 1종씩 선보인다. 내연기관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를 병행하는 ‘3개 파워트레인’ 전략도 유지한다.
순수전기 718 박스터와 카이맨은 2028년부터 판매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 마칸 일렉트릭과 함께 판매할 새로운 B세그먼트 SUV도 선보일 예정이다. 내연기관과 PHEV를 적용한 신규 모델도 2028년 양산을 확대하고 이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탠다.
이 같은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전략을 바탕으로 포르쉐는 중기적으로 그룹 영업이익률 10~15%, 자동차 부문 순현금흐름률 9~12%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중기 매출 목표는 410억~450억유로다.
2035년을 향한 장기 전략 목표로는 그룹 영업이익률 15%, 자동차 부문 순현금흐름률 12%를 제시했다. 배당은 연결 세후순이익의 50% 이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