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서 군수까지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환경오염, 단가경쟁에 선진국 손놓은 사이
中, 세계시장 90% 점령…무역전쟁서 무기화
美·日·러 뒤늦게 희토류 자급망 확보 혈안
기술·정제 난관 여전…완전한 탈중국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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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플로리다에 태풍을 불러 일으킨다.
아주 작은 계기가 예측하기 힘든 큰 효과를 불러온다는 ‘나비효과’ 이론이다. 이는 두 차례에 걸친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고수한 핵심 반격이 전 세계에 불러일으킨 파급 효과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희토류 얘기다.
자동차·군수산업까지 꼭 필요한 ‘첨단산업 비타민’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번에서 71번까지인 15개의 란타넘족 원소부터 스칸듐, 이트륨까지 총 17개의 원소를 통칭한다. 이 원소들은 특유의 자성을 띠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면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다.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의 터빈, 로봇, 드론 등을 제조하는데 쓰인다.
이 외에도 정밀 유도 무기, 고성능 레이저 시스템, 전투기 엔진 및 차량 모터 제조 등에 희토류가 필요하다. 항암제부터 자동차, 전자, 드론, 군수 등에 이르기까지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한 요소다보니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희토류(rare earth)는 명칭에서부터 ‘희귀하다(rare)’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매장량만 보면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단, 디스프로슘 같은 중희토류는 예외라 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란탄, 세륨 같은 경희토류는 그 비율이 90.9%에 달하지만 중희토류는 9.1%밖에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대부분 중국 남부와 미얀마 등에서만 생산된다.
채굴보다 정제가 문제, 선진국 외면한 사이 中 독주
희토류를 ‘희귀하다’ 하는 것은 채굴보다 상품성을 갖추기 위한 필수 과정인 정제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흙 속에 포함된 희토류를 정제하려면 다른 원소들과 엮여 있는 화학 결합을 끊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100단계가 넘는 가공 과정과 다량의 강한 산이 있어야 한다. 정제 과정에서 산성 폐수와 방사능 부산물이 발생해 주변 일대의 환경 오염은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1980년대 후반 개혁·개방을 하면서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지정,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당시 덩샤오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말은 중국이 얼마나 희토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산업으로 주목한 데에는 풍부한 자원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별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이 4400만t으로 압도적 1위다. 브라질(2100만t)과 인도(690만t) 등에도 희토류가 풍부하지만 생산 기반이 부족해, 생산 능력은 각각 연 20t, 2900t에 불과하다.
중국은 채굴부터 제련, 합금, 자석생산까지 전 공정을 수직 계열화 하면서 희토류 산업을 강화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다 보니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저가공세’까지 펼 수 있었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환경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주요국들은 하나, 둘 희토류에서 손을 뗐다. 미국은 지난 2002년 세계 2위 규모의 희토류 광산이었던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를 폐쇄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일본 기업 소유의 희토류 정제소는 이보다 앞서 1992년에, 프랑스에 있던 정제소는 1994년 폐쇄됐다. 자연히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의 패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채굴로만 따져도 중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제까지 거친 이후에는 90%로 올라간다.
무역전쟁마다 中 희토류 무기화
희토류 패권은 곧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일본과의 충돌이었다.
2010년 9월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일대에서 일본 해안경비대가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은 보복성 조치로 두 달간 대(對) 일본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포했다. 당시 일본은 희토류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서 일본의 자동차, 화학, 전자 분야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결국 해안경비대가 3주만에 억류하고 있던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했다. 일본은 이 사건 이후에도 희토류 가격이 1년만에 10배나 치솟는 등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이 사건은 ‘희토류 무기화’ 개념을 실현한 첫 사례다. 희토류 무기화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대목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었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작한 1차 무역전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슬쩍 내비치는 형태로만 사용했다. 2019년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구자석 주요 생산업체를 방문하며 희토류 통제 가능성을 미국에 ‘경고’했다.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2차 무역전쟁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55%까지 올려버리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맞붙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포드는 지난 5월 말 영구자석 부족으로 인해 시카고에 있는 공장을 일주일간 멈춰야 했다. 록히드마틴도 희토류 부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인질’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중국이 손에 넣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협상을 벌이는, ‘인질’이란 뜻에서다.
전 세계 뛰어든 희토류 자급망 경쟁
희토류로 중국에 허를 찔린 미국은 희토류 자립에 박차를 가했다. 미 국방부는 ‘2024 국가 방위 산업 전략’에서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방위 산업에서 필요한 희토류를 공급할 수 있는 광산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채굴부터 자석까지(Mine to Magnet)’를 모토로 한다.
우선 희토류 생산 기업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약 5600억원)를 투자, 퍠쇄됐던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희토류 생산을 재개했다. 이 외에도 레어 엘리먼트 리소스, 유코어 레어 메탈스, 라이너스 레어 억스 등의 여러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부 고등연구계획국(ARPA-E)에 4000만달러를,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1500만달러를 배정해 분리 기술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에 맞설 ‘희토류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호주와 향후 6개월간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이상을 희토류 공급망 확보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은 자리에서는 태국, 말레이시아와 희토류 및 핵심광물 협정을 맺었다. 이어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희토류 협정을 이어갔다.
미국은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간 긴 회담 끝에 우크라이나의 희토류·리튬 등 유럽연합(EU)이 지정한 34개 핵심 광물 중 22가지 개발권에 우선권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안보 지원을 받고, 미국은 희토류 탐사권을 얻는 형태의 거래다.
희토류 자립은 유럽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유럽과 미국은 지난 6월 G7(주요7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핵심 광물 행동 계획(CMAP)’의 실현을 위해 지난달 G7 에너지 장관 회의를 열고 ‘핵심 광물 동맹’을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리튬·희토류 등 전략 광물의 생산 공정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목표로 25개 신규 투자 프로젝트 추진하고, 기술 및 인력 교류 확대 등을 약속했다.
유럽도 희토류 자립 ‘발등에 불’
유럽은 지난해 5월 발효된 ‘EU 핵심원자재법’에서 이미 희토류 자립을 규정해왔다. 2030년까지 EU 연간 소비의 10% 이상을 역내에서 채굴하고, 40%를 역내에서 정제·가공하고, 25%는 재활용 자원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역내 기업들에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솔베이는 지난 4월 프랑스 정부의 세액공제 등에 힘입어 라로셸 지역의 공장 규모를 확장하고, 영구자석용 희토류 상업생산 라인을 정식 가동했다. 스웨덴의 LKAB는 유럽 최대 희토류 광맥인 키루나 지역 광산을 개발 중이다.
일본은 2010년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보복을 당한 후에 ‘절치부심’했다. 호주의 라이너스나 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광산 지분을 확보하고, 정제시설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중국 영향력이 절대적인 중희토류 부문에서는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대체기술을 개발, 자동차 등 핵심 사업의 희토류 수요를 40%나 감축했다. 폐 전자제품 등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확충했다.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60%, 분석에 따라 50% 후반대라 보는 곳도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말에 일본의 대(對) 중 희토류 의존도가 5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 보도했다.
인도는 관련 인센티브 프로그램 규모를 기존 2억900만달러에서 7억8800만달러(약 1조12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며 자국내 희토류 생산 지원을 강화했다. 인도 정부는 희토류 소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인 ‘동기 자기저항 모터(synchronous reluctance motors)’ 관련 연구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동기 자기저항 모터는 내부에 자석이 전혀 없어, 희토류 공급과 상관없이 기계 제어를 이어갈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이 지난 4일 내각에 오는 12월 1일까지 희토류 광물 채굴 계획을 마련하라 지시했다.
中 상대로 한 희토류 전쟁 전망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월 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가 나온 이후 자원 동맹을 호소하며 “이건 ‘미국 대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대 세계’다”라 발언했다. 중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는 현실이 됐다.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려 온 세계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희토류 통제권이 중국에 넘어간 과정을 보면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충분치 않은 수율 ▷기술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생산 중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 등이 있었다.
이 중 두번째는 각 국 정부들도 자원 안보에 각성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결 가능한 요소다. 문제는 첫번째 난관이다. 호주의 에너지 분석 리서치 기관 디스커버리 알러트에 따르면 희토류를 하루 100kg 이내의 시범생산 규모로 처리하다 상업적 규모인 일일 100미터t 까지 늘리는데만 해도 여러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희토류 처리 기업들이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율은 40~60%이고, 평균 개발 기간은 수익 창출까지 짧아야 7년, 길면 12년이다. 중희토류의 경우 상업적 규모로 분리할 수 있는 시설은 대부분 중국에 있고, 미국에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통해 희토류 광산이 실제 가동되기까지 일반적으로 8~10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광산 개발이 상업성을 얻었다 해도 단순히 대규모 채굴 확대만으로는 대중 수입 의존을 낮추기 힘들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4월 낸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투자한 희토류 생산 시설이 완전 가동되더라도 MP 머티리얼스는 올해 말까지 네오디뮴 산화물 자석을 1000t 생산하는 데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2018년 중국이 생산한 13만8000t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CSIS는 “미국의 역량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본격적인 상업 생산 규모로 전환하기까지는 상당한 작업이 남아있다”며 “미국이 ‘채굴에서 자석까지’ 독립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