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공격, 변호인의 항변.

원고의 주장, 피고의 반격.

엎치락뒤치락 생동감 넘치는 법정의 풍경을 전합니다.

박지영의 법치락뒤치락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을 둘러싼 ‘고발사주’ 의혹 관련 재판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관련 형사재판은 무죄가 확정됐고 탄핵 심판 변론 또한 지난 20일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손 검사장 측은 ‘무죄’가 됐기 때문에 탄핵 소추는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손 검사장을 탄핵한 국회 측은 무죄가 곧 징계 면제는 아니라며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측의 근거는 동일합니다. 손 검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전부 무죄’ 선고를 내린 2심 판결문입니다.

똑같은 ‘무죄 판결문’을 둘러싸고 펼치는 정반대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손준성 보냄’ 증명 못한 공수처…제3자 개입 의혹

고발 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손 검사장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당시 여권 인사와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입니다. 한창 논란이던 검·언 유착 의혹을 제보한 지모 씨의 신빙성을 낮추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부부와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여권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논란은 2021년 9월에 불거졌습니다.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가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조 전 부위원장은 김 전 의원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고발장을 전달받았습니다. 김 전 의원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기가 있었습니다. 손 검사장→김 전 의원→조 전 부위원장을 통해 여권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 사주’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22년 5월 손 검사장을 기소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 [연합]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 [연합]

법원의 판단은 갈렸습니다. 1심은 손 전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직접 고발장과 지모 씨의 실명판결문 등을 유출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달랐습니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입니다. 손 전 검사장이 ‘상부’에 보고한 내용이 다른 경로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손준성 고발사주 2심 판결문(24.12.06)

이 사건 각 메시지 상단에는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 표시가 있다. 표시는 피고인이 최초로 생성·전송했고, 조성은에게 도달하기까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전달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김웅이 피고인에게서 전송받았다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피고인이 제3자에게 전송하고 그 제3자 등이 김웅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 표시가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략)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김웅에게 이 사건 각 메시지를 전송했다’는 공소사실 부분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간접사실에 의해 증명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메시지를 각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직무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검찰총장’에게 보고했으리라는 의심을 피력했습니다. 2심 판결문에는 검찰총장이라는 단어가 37번이나 등장합니다. 1심 판결문에는 단 3회 등장했는데 말이죠. 판결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고발장 작성 ‘관여’ 두고 공방

손 검사장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이유는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고발장과 판결문을 보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해당 정보들의 수집·작성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인정됐습니다. 더 나아가 메시지 ‘원본 생성자’라는 판단도 명시했습니다.


손준성 고발사주 2심 판결문(24.12.06)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수사 정보의 수집·검증·평가·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1, 2차 고발장과 바탕이 된 1, 2차 메시지의 대상정보 수집·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중략) 피고인은 각 메시지를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아 그대로 전달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각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이다.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사진 파일 등을 직접 업로드하여 전송하거나 그 텍스트를 직접 입력하고, 링크를 그대로 복사하여 이 사건 각 메시지를 원본 작성·진술했다.


손 검사장 탄핵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이 부분에 집중됐습니다. 2심 판결문이 ‘관여’했다고 적었지만, 손 검사장 측은 ‘관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형사 재판에서 ‘쟁점’이었고, 항소심에서 인정이 됐는데도 관여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냐고 여러 번 되물었습니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물 마시고 있다. [연합]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물 마시고 있다. [연합]

손준성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25.05.13)

정계선 헌법재판관 ‘관여를 인정할 수 있다’고 기재된 건 다 알고 계실 텐데요. 이 부분을 부인하시는 건가요?

이정민 변호사(손준성 측) 그렇습니다. 관여했다는 표현에 대해 피청구인(손 검사장)이 어떤 역할, 행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부인 여부를 표할 수 있을 텐데요. 원본 메시지 생성과 관련해 피고인의 행위가 일부 들어간 면이 있지만, 나머지 근거로 삼은 사유에는 피고인의 행위가 없습니다. 수사정보정책관실 내에서 벌어진 상황만을 그냥 추측해서 표현한 거고요.

(중략)

정계선 헌법재판관 그래서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그 부분을 쟁점으로 삼아서 그 1심과 항소심에서 판단한 것 아닙니까? 결국은 ‘고발장과 1~2차 메시지의 대상 정보 수집 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된다’는 부분인데 인정하지 않으신다는 거죠?


국회 측의 최후 변론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2심 판결문을 직접 인용해 읽으며 무죄가 곧 탄핵 기각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손 검사장의 정보 수집·작성 관여 행위가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등 ‘개인’에 관한 것으로 공익 실현 의무에 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손준성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25.05.20)

김유정 변호사(국회 대리인) 2심 법원은 1차 및 2차 각 고발장과 그 내용에 바탕이 된 1차 2차 메시지의 대상 정보의 수집 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중략) “그러한 업무 수행이 법률에 위배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이 수사정보 정책관의 지위에서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가 기존에 수행하던 다른 업무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이라든가 장모 대응 문건 등 이런 업무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진다”라며 공익실현 의무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검사 안동완 탄핵 사건에서 “특히 검사는 범죄 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 국가형벌권의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법치국가 원리를 훼손할 우려가 크므로 그 직무 수행에 공익실현 의무가 더욱 강조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반면 손 검사장 측은 관여한 사실을 인정해도 정보 수집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정당한 직무 범위에 있었다고 항변합니다. 손 검사장을 대리하는 이동흡 변호사는 지난 13일 1차 변론기일에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여러 정보를 곧바로 전달·보고해야 하는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정보 수집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위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20일 최후 변론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2심 판결문을 비판했습니다. 판결문의 ‘관여’라는 표현은 증거에 의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재판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손준성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25.05.20)

이동흡 변호사(손준성 대리인) 관련 형사 사건 2심 판결 이유에서 ‘피청구인이 1~2차 각 고발장과 그 내용의 바탕이 된 1~2차 메시지의 대상 정보의 수집 작성에 관여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사실 인정을 했지만, 이는 공소사실에도 없는 내용으로서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인 사실 인정일 뿐만 아니라 불고불리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탄핵소추 사유 및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청구인의 행위는 고발장과 그 대상 정보의 수집 작성을 지시 또는 촬영하였다는 것이고. 그러한 고발장의 작성 밑 대상 정보의 수집에 관여하였다는 것이 아니므로 관여 여부를 이 사건 심판 대상의 판단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무죄 판결문이 남겨놓은 ‘관여’라는 불씨,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판단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