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옥천동 길거리에 게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벽보가 훼손돼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4/news-p.v1.20250523.9abd768b4c854f5882843bc5d62bf59e_P1.jpg)
20대 대선 선거벽보 훼손 판례 전수 조사해보니
9명 모두 벌금형에 그쳐
벌금액 평균은 96만원, 가장 무거운 처벌도 벌금 330만원
선고유예로 처벌 피한 경우도 있어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도 어김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선거벽보를 훼손한 사범들이 검거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벽보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의 선거벽보 눈만을 찢는 범죄가 드러나기도 했다. 과연 실제 처벌 수위는 어떨까.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때 처벌받은 이들을 분석했다. 대한민국 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최근 2년치 판례를 모두 찾아봤다. 분석 결과, 이 기간 처벌된 9명 모두 벌금형 선고에 그쳤다. 가장 무거운 처벌이 이뤄졌을 때도 벌금 330만원이었다. 선고유예를 받아 사실상 처벌을 피한 사례도 있었다.
벽보훼손 수법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벽보 부착을 시작한 지난 15일 전북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 후보자 벽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4/rcv.YNA.20250515.PYH2025051505220005500_P1.jpg)
9명의 선거사범은 선거벽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훼손했다. 가위로 자르거나, 사인펜으로 후보의 앞니를 까맣에 칠하거나, 외벽봐 벽보를 연결한 끈을 자른 뒤 벽보를 말아뒀다. 그런가하면 낙서를 하거나, 면도칼로 20cm 정도를 그어버렸다.
범행 계기도 다양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범행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많았던 건 “집 문만 열면 선거벽보가 보여 스트레스 받는다”는 이유였다. 치매·우울증 등이 있어 우발적으로 범행한 때도 있었다.
처벌 수위는?
선거벽보 훼손 범죄는 선거철마다 반복된다. 그때마다 수사기관은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반드시 체포해 엄중히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약했다.
9명 전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1인당 평균 벌금액도 약 96만원에 불과했다. 가장 무거운 처벌도 벌금 330만원이었다. 가장 가벼웠을 땐 벌금형의 선고유예로 사실상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 선고유예란 선고 자체를 유예하는 것으로 2년간 재범을 저지르지 않으면 형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가장 무거운 처벌은?
![1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로에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가 부착돼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4/rcv.YNA.20250515.PYH2025051509950005100_P1.jpg)
가장 무겁게 처벌인 벌금 330만원은 범행 횟수가 2차례였던 점이 고려됐다.
A씨는 2022년 2월께 2차례에 걸쳐 인천 도화역 인근에서 검정색 사인펜으로 선거벽보에 낙서를 하는 식으로 훼손했다. 그는 선거벽보에 “역사 230년 미국의 역사와 같다”, “고구려 역사 발해국 대조영이 만주지방에 세운 나라, 발해국도 모르면서 대통령 할 자격이 안 됩니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
A씨의 범행은 금방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됐다. 그가 선거벽보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영문과 한자로 적어뒀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15형사부(부장 류호중)는 “A씨가 술에 취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약 1개월 정도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가장 가벼운 처벌은?
![법원 [헤럴드경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4/news-p.v1.20250521.c4d6fddc20ea45b88b02962bb5c89136_P1.jpg)
선고유예로 사실상 처벌은 피한 사례는 치매로 인한 행동장애로 범행에 이른 점이 참작됐다.
B씨는 2022년 2월께 경기도 용인시의 한 도로에서 면도칼로 벽보를 약 20cm 정도 그은 혐의를 받았다. 수원지법 12형사부(부장 황인성)는 선처를 택했다. 법원은 그 이유로 “B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며 “치매로 인한 행동장애 증상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B씨의 자녀가 법정에 출석해 B씨를 돌보며 재방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했다.
선처 이유는?
우리 법원도 “선거벽보 훼손은 선거인의 알 권리, 선거의 공정성 및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엄중히 지적하긴 했다.
다만, “우발적이고, 정치적 의도·목적은 없었고, 초범이며, 범행을 인정·반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선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