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한미약품·CJ CGV 등 개인 매수집중 종목 일제히 하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 등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섰는데 개미들은 아직도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코스피 1900선에 머물러 있어요…”
코스피가 올 들어 처음으로 3거래일간 2000선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상승랠리의 수혜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ㆍ기관이 사들인 종목은 양호한 성과를 낸 반면, 개미들이 산 종목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들이 상승장에서 구사한 차익실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전략 등이 좀처럼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개미들의 투자패턴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펀더멘털이나 업종전망에 대한 분석없이 단기 매매에 집중하다 보니, 상승장에서는 소외되고, 하락장에서는 더 많은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선 지난 13일부터 3거래일간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플러스 수익률을 낸 종목은 1개에 불과했다.
개인이 566억원을 들여 집중 매수한 네이버(NAVER)는 5.71% 하락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한미약품(-2.75%), CJ CGV(-3.60%), KT&G(-2.73%), 동아에스티(-4.51%), 농심(-2.27%), 한국토지신탁(-5.71%), 한세실업(-8.08%), LS산전(-2.85%) 등은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기아차(0.72%)는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낸 종목이었지만 이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1.3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은 상승세를 보였다.
기관이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은 단 1개도 없었다.
다시 한번 ‘개미필패(必敗)론’이 확인 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매물을 개미들이 받아낸 양상도 포착됐다.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네이버는 외국인ㆍ기관이 각각 많이 순매도한 종목 1위(227억원), 4위(420억원)였다. 이 외에 CJ CGV, 한미약품, 한세실업 등도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 판 종목을 개미들이 고스란히 사들인 경우였다.
반대로 삼성전자(3.69%), SK하이닉스(2.19%), 포스코(POSCOㆍ5.64%) 등 개미들이 순매도한 상위 3종목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3종목이었다. 이들 종목은 2~5%대 상승하며 외국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또 개미들이 4번째로 많이 판 종목인 삼성전기는 기관이 31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9.24%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개인이 최근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정보력과 자금력의 차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 성향’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은 빠른 기간 내 수익을 낼만한 종목에 단타성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베팅하는 외국인, 기관과는 다른 점”이라며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업종 전망 등을 외면했다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주체별로 엇갈린 행보는 ETF에서도 드러났다.
개인은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자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3거래일간 ‘코덱스(KODEX)인버스’를 2695억원어치 사들였다.
KODEX인버스는 코스피 200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관은 이 상품을 2830억원 순매도하고, 코스피200지수가 오르면 상승률의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KODEX레버리지’를 집중 매수(1382억원)했다.
현재로선 개미들의 ‘하락장 베팅’은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ODEX인버스는 이달 들어 2.39% 하락한 반면, KODEX레버리지는 5.30%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수 하락에 베팅한 것 또한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인 2000선을 돌파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론 시장을 일찌감치 비관적으로 본 탓에 상승장의 덕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