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과 미국은 지난 2월7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거리로켓 발사를 감행하자 주한미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를 공식화했고, 약 한 달여후인 3월3일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한미는 공동실무단 출범 당시 조속한 사업 추진을 시사했지만 약 4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사드 관련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과연 사드 논의는 왜 지체되고 있는 것일까.
한미간 사드 논의에서 걸림돌은 크게 중국,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국내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론된다.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려면 국제적 반발을 무마시킨 뒤 국내 지역사회의 강력한 거부감도 돌려세워야 하는 셈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첫 업무보고에 나서 사드와 관련해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의 군사적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전기지의 입지조건을 기준으로 배치 부지를 선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으로 북한 위협에 대비한 사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입장은 한국이나 미국 측이 대외적으로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한민구 장관은 지난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해 사드 관련 질문을 받고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며 명확한 태도를 재확인했다. 한 장관은 당시 “현재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방어체계는 하층 단계 방어에 그친다”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배치된다면 군사적으로 훨씬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샹그릴라대화 이후인 지난 7일 미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한미간에 사드 배치 협의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한미의 입장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적어도 한미간에 사드 배치 논의 기류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관련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로는 먼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이 꼽힌다.
중국과 러시아는 3월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대북제재안 통과에 찬성한 뒤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꾸준히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샹그릴라대화에서 중국, 러시아 대표가 사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데 이어 지난 25일 열린 중러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
당시 양국 정상은 “중러는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협조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를 세계 핵전력 균형을 깨는 중대한 요소로 규정하고 있어 양국 정상의 이런 발언은 사드 반대론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런 외교적 요소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드 배치에 있어 중국이나 러시아를 언급하는 건 군사적이지 못하다”면서 외교적 요소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지만, “논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밝혀 사드 논의가 군사적 범주 외 요소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으로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 속에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넘는다 해도 국내 지역사회 반발을 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논리적 이유와 설명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해당 지역에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논리와 정당성을 개발하고 구체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의 소요가 불가피하다.
현재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대구, 부산, 원주, 평택, 군산 등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시민단체 등이 모두 한목소리로 ‘사드 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사드 배치 후보지 선정을 꺼리는 이유는 고출력의 첨단 레이더를 사용해야 하는 사드의 특성상 사드 후보지는 강력한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배치 후보지가 구체적으로 발표될 경우, 후보지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