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버스 연출한 박진경·문상돈PD 인터뷰

세계관 무너지며 오는 웃음 전면에 내세워

시즌3 대비 떡밥 많아…신선한 인물 덕 봤다

ㄴ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 시즌2 뉴블러드’의 한 장면. 노홍철 뒤로 좀비 떼가 보인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 악물고 웃음 참기’ 대회다. 베테랑 연기자도, 내로라하는 방송쟁이들도 재채기처럼 터지는 ‘현웃’(현실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뺀다. 대한민국이 초토화되고 서울이 봉쇄된 암울한 좀비 아폴칼립스물 배경에서 ‘현타’(현실자각 타임)를 제대로 맞은 연예인들을 보는 시청자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바로 좀비버스의 특이한 매력이다.

2일 오후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에서 만난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 시즌2: 뉴 블러드’의 박진경 PD와 문상돈 PD는 “현타와 현웃이 있다는 건 사실 그만큼 좀비버스의 세계관이 몰입감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좀비버스 시즌2는 시즌1부터 이어서 출연하는 노홍철, 이시영, 덱스, 딘딘, 파트리샤, 츠키 등 기존 멤버와 조세호, 태연, 육성재, 코드 쿤스트, 권은비, 안드레 러시 등 신규 멤버들이 좀비에 맞서 생존하려 분투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반(半)좀비’로 나오는 노홍철의 희끄무레한 푸른 눈알 분장부터 다들 얼굴과 온몸에 피칠갑을 하면서 ‘하이퍼리얼리즘’을 구현하려고 신경 썼지만, 오히려 가장 슬프고 엄숙한 장면에서 출연자들이 웃어버리며 스스로 ‘세계관을 박살’내는 모습이 시즌2의 7화 내내 이어진다.

특히 인류 구원의 열쇠인 ‘뉴 블러드’를 가진 노홍철이 죽어 누워있는(실제론 살아있는) 장면에서 조세호 등이 “배가 들썩거리니 뾰족한 걸로 찔러서 바람을 좀 빼야 한다”며 짖궂은 농담을 치자 출연자들이 오열하듯 웃어버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출연자들이 세계관 밖으로 탈출하는 장면을 그대로 살려, 아니 전면에 내세워 편집한 이유에 대해 박진경 PD는 “시즌 1을 내놓고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이 오히려 출연자들이 좀비 연기자를 보고 너무 심하게 겁에 질리는 것이었다”면서 “이게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예능이기 때문에 너무 실제처럼 받아들이는게 더 몰입감을 헤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선 보조 연기자분들은 곡소리 내며 울고 있는데 그 옆에서 딘딘씨가 대놓고 웃고 있는 이런 장면들 자체가 저희 프로의 정체성”이라고 덧붙였다.

문상돈PD는 “사실 현타와 현웃이 터진다는 건 그 순간 외에는 출연자들이 진심으로 상황에 깊이 몰입돼 있다는 뜻”이라며 “그중에서도 이시영씨가 특히 정말 몰입을 잘 해주었다. 순간 현타가 와도 ‘나 연기해야 해’하고 감정을 다잡는게 보였다”고 전했다.

박
넷플릭스 ‘좀비버스 시즌2 뉴블러드’를 연출한 박진경PD가 2일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좀비버스의 구성은 전통적 한국 버라이어티의 도전과제(퀘스트) 깨기와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커다란 드라마의 서사 등 두 축으로 이뤄져있다. 여기에 흡사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게임같은 연출과 자막이 더해졌다.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각각 연출하며 기존 한국 예능 버라이어티에 빠삭한 박PD와 문PD에게도 좀비버스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았다. 그간 쌓았던 노하우를 그대로 살리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박PD는 “한국 예능의 엑기스는 자막이다. 그런데 좀비버스에서는 기존 방식의 자막을 다는게 영 안어울렸다”면서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콘솔게임에서의 상황 설명, 에러 메시지처럼 자막을 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좀비버스 시즌2가 전편에 비해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익숙함’과 ‘노련한 예능 방송인 투입’을 꼽았다.

박PD는 “시청자들이 시즌1를 보면서 조금 익숙해진 덕인지 이번에는 온전히 이야기 내용이나 캐릭터들의 의외성에 대한 피드백이 많다”며 “질문과 관심의 방향이 바뀐 것만으로 저희는 성공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PD는 “시즌1은 8부작이지만 이야기가 별로 없고 우연에 의한 것들이 많았는데, 시즌2는 이야기 줄기가 있고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있어서 좀 더 보기 편할 듯 하다”며 “또 이번엔 전문 예능인들을 많이 투입해 훨씬 유쾌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컬링으로 좀비 무리를 뚫고 대피로를 확보하는 퀘스트에서 제작진은 퀘스트의 성격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오직 출연자들의 방송센스에 기대를 걸었다.

박PD는 “제작진이 일부러 세팅해 놓은 것을 못 알아채고 맥없이 건너가지 않을거라고 믿었다”며 “역시나 딘딘, 데프콘 등이 좀비들이 빗자루질을 하고 있고 바퀴달린 쓰레기통을 보고 ‘컬링을 해야한다’는 걸 금방 알아채더라”고 말했다.

문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 시즌2 뉴블러드’를 연출한 문상돈PD를 2일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에서 인터뷰했다. 넷플릭스 제공.

날 것 그대로의 캐릭터들이 주는 매력도 시즌 2의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안드레 러시 셰프가 마지막에 좀비로 재등장했다가 사망하고 코를 골면서 자는 장면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진짜 자는거냐’는 궁금증이 터져나올 정도로 반응이 거셌다.

실제로 제작진이 급하게 이야기를 수정하면서 안드레를 다시 미국에서 데려왔다. 입국하자마자 좀비 연기를 배우고 투입됐는데 시차 적응이 안된 탓에 모포를 덮은 상태에서 진짜 코를 골며 잠들었다는 것. 박PD는 “그 장면에서 쾌재를 불렀다. 이건 분명히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벌써부터 시즌3의 군불을 떼는 분위기에 문PD는 “많은 설정을 남겨놓긴 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드레와 함께 제주도에 남은 파트리샤는 어쩌다 실종된 것인지, 서울은 가장 사태가 심각해 봉쇄됐는데 어째서 좀비가 없는 것인지, 왜 비영리구호단체의 이름이 GURA(구라·거짓말)인지…. 시즌3가 나온다면 이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