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329개 기업 CEO·임원진 설문조사
대기업, 중소기업보다 더 강하게 긴축경영
기업 82% “트럼프 당선, 韓경제에 부정적”
우리나라 기업 절반가량이 내년 긴축 경영에 나설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국내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65.7%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응답 기업 중 49.7%가 내년 경영 기조와 관련 ‘긴축경영’을 정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9년(2018년 12월 조사) 발표한 50.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현상 유지’와 ‘확대 경영’을 택한 비율은 각각 28.0%, 22.3%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긴축 경영을 택한 비율은 300인 이상 규모 기업(61.0%)이 300인 미만 규모 기업(45.7%)보다 15.3%포인트 더 높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은 2016년 조사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긴축 경영 관련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전사적 원가절감’(66.7%), ‘인력 운용 합리화’(52.6%), ‘신규 투자 축소’(25.6%) 등의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내년 투자계획과 관련 전체 기업 가운데 39.5%가 ‘투자 축소’를 택했다. 이어 ‘올해 수준’(35.0%,) ‘투자 확대’(25.5%)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축소 응답 비율도 300인 이상 기업(58.5%)이 300인 미만 기업(32.8%)보다 25.7%포인트 더 높았다.
내년 채용계획은 ‘올해 수준’이라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고, ‘채용 축소’(36.9%), ‘채용 확대’(18.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경총 관계자는 “긴축 경영 기조와 투자 축소, 채용 축소 모두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응답 비율이 높았다”면서 “현재의 침체 상황을 대기업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국내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정부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2.0%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봤다. ‘대중(對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등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응답 비율은 7.5%에 그쳤다.
국내 기업들이 전망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1.9%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2026년 이후’라는 응답이 59.8%로 주를 이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 대기업들의 긴축 경영 기조가 눈에 띈다”며 “내년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