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점유율 3%, XR 생태계 부재로 실용성↓
메타 XR 기기, ‘게임 앱’ 위주로 시장 독점
삼성 ‘스마트 안경’, 게임 외 SW 개발에 승패 달려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애플의 혼합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 중고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56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중고 시장에선 300만~400만원대까지 떨어져 판매되고 있다. 애플이 만든 XR 기기로 출시 초기 주목을 받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미흡해 애플 마니아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내년 XR 기기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애플의 비전프로 매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비전프로의 국내 출고가는 1TB 기준 559만원에 달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300만원 후반대 판매 물품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비전프로는 지난 1월 애플이 실생활에 XR을 접목하겠다는 포부로 출시한 XR 기기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합한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로서 업무·엔터테인먼트·소셜네트워크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선보였다.
하지만 대중 반응은 시원치 않다. 지난 9월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의 전 세계 XR 시장점유율은 3%에 그쳤다. 이는 지난 1분기(16%)에 비해 13%p 감소한 수치다. 또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미국 내 비전프로 판매량은 지난 1분기·2분기를 합해 17만대에 그쳐 초기 기대 판매량(30~40만대)을 크게 밑돌았다.
업계는 XR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꼽는다. 특히 애플의 XR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 애플의 전용 XR 애플리케이션 개수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10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앱피겨스의 자료를 인용해 “비전프로용 앱 출시 개수는 올해 2월 300건, 3월 89건, 8월 17건, 9월 10건으로 매월 줄었다”라고 보도했다. 전용 앱 개수가 충분하지 않아, 실생활에서 활용할 만한 XR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산업 중심으로 XR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메타와 비교해도 미흡한 수준이다. 메타의 XR 전용 플랫폼 ‘메타 퀘스트’에는 게임 특화 앱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날 기준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앱 10순위 중 8개를 게임 앱이 차지했다. 메타는 지난 2분기 XR 시장점유율 74%로 압도적인 1위를 선점했다. 이는 지난 1분기(64%)에 비해 10%p 증가한 수치로, 하향세인 애플과 대조적이다.
XR 시장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 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내년 XR 기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게임 산업 외 대중화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열린 언팩 행사에서 연내 XR 플랫폼 출시를 예고하면서 “XR은 기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기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 늘리고자, 생태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XR 생태계를 우선 확보한 후 XR 디바이스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로써 업계에선 삼성전자 XR의 승패가 소프트웨어에 달렸단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타사에서 출시한 XR 전용 앱은 게임 분야에 치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XR 개발을 위해 플랫폼의 생태계 구축 방안을 연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