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硏 김미랑 박사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후성유전학적 변화 규명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사질환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가 발표한 ‘지방간과 당뇨병 통계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10명 중 4명이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신약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 김미랑 박사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면서 발생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타겟을 제시하고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지방간에 걸릴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서도 지방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술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지방간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라고 하는데,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한 가지 병이라기보다 가벼운 지방간에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포함한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흡연, 식습관, 운동 부족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관련이 깊고 비만 및 당뇨, 심혈관계질환, 신장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3월 승인된 레즈디프라 외에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신약개발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후성유전은 생물체가 주요 DNA 서열을 변경하지 않고도 유전자 발현과 같은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 환경 자극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후성유전의 핵심은 DNA 메틸화로 유전자 발현을 미세 조정하여 세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적절한 발생 분화를 촉진해 세포의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의 특정 부분에서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면 건강과 질병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와 기대 수명 추정도 가능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과 함께 한국인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간 조직에서 DNA를 추출하고 DNA 메틸화 변화를 분석하여 간 섬유증이 보체 시스템 유전자의 과메틸화나 저메틸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보체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집합체로, 보체시스템은 선천면역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고 파괴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체가 면역반응을 넘어 염증 해소, 세포 사멸, 혈관 생성, 상처 치유, 줄기세포 활성화, 조직 복구 등 생리 과정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환자 106명의 생검 표본을 분석한 결과, 지방간염 샘플에서 두드러지게 DNA 메틸화와 보체 유전자 발현은 반비례 경향이 나타났다. 277개 DMP(Differentially methylated positions) 중 35개는 비례한 반면, 143개는 보체 유전자 발현과 역상관 관계를 보였다.
특히 6개의 고메틸화 유전자와 3개의 저메틸화 유전자가 포함됐는데, 이러한 메틸화 패턴은 간 지방증, 소엽 염증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체 유전자의 메틸화가 주로 지방간염 상태에 영향을 받으며 유전자 발현이 DNA 메틸화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 김미랑 박사는 “이번 연구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체 시스템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이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표적 치료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